매일신문

[야고부] 졸(卒) 운전

서종철 논설위원
서종철 논설위원

1960, 70년대 '국민학교'를 다닌 베이비붐(1955~1963년생) 세대는 표어·포스터에 익숙하다. 이는 정부 시책이나 캠페인을 대중에게 전달하고 각인시키는 데 유용한 수단이었다. 그 당시 교사들은 '1980년 수출 100억불, 국민소득 1만불' '1가구 1승용차'와 같은 장밋빛 국가 정책 목표를 아이들에게 주입시켰다. 특히 '1가구 1승용차' 슬로건은 당시 어려운 현실에 비춰볼 때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그런데 이 꿈이 현실이 되는 데는 채 반세기가 걸리지 않았다. 2014년 10월, 자동차 등록 대수가 2천만 대를 넘어선 것이다. 1945년 광복 무렵 7천386대였던 등록 차량이 70년 만에 2천700배나 증가했다.

이런 '마이카' 꿈에 처음 접근한 세대가 베이비붐 세대다. 이들은 경제 발전과 라이프 사이클 변화에 맞춰 자가 운전에 익숙한 최초의 세대였다. 게다가 베이비붐 이전 세대의 면허 취득자 수도 적지 않다. 현재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는 전체 면허 소지자의 9%, 약 300만 명으로 상당수 '장롱면허'를 감안해도 무시하기 힘든 숫자다.

문제는 베이비붐 세대도 '만년 청년'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도 노령의 기준점인 65세가 코앞이다. 나이가 들면 순발력과 인지능력이 떨어져 운전에 적지 않은 지장을 준다. 최근 고령 운전자 사고가 빈발하는 것도 이를 증명한다. 특히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는 65~74세보다 중앙선 침범, 신호 위반 등으로 사고를 내는 비중이 훨씬 더 높다는 통계다. 각 지자체마다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 시 교통비 지급 등을 조례로 정하고 대책을 서두르는 것도 고령 운전의 고민이 크다는 방증이다.

요즘 '졸혼'(卒婚)이 하나의 사회 흐름으로 떠오르고 있다는데 고령자의 미련 없는 '운전면허 포기' 즉 '졸운전'도 생각해 볼 문제다. 이를 유도하는 정책적 수단도 필요하나 고령자 스스로의 결단이 중요한 이유다. 그러려면 무작정 면허증 반납을 종용하기보다 현실적인 정책 대안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 그런데 2018년 대구 전체 65세 이상 면허 소지자 15만6천여 명 중 면허 반납자 비율이 고작 0.26%(422명)라는 점은 분명히 벅찬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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