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커지는 '구독경제', 지역경제 새 엔진

문영백 경북테크노파크 지역기업육성실장

문영백 경북테크노파크 지역기업육성실장
문영백 경북테크노파크 지역기업육성실장

신문, 잡지, 우유의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구독'이라는 점이다. 최근 구독이라는 이 단어가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물건을 산 만큼 지불하는 '소유경제'를 넘어 쓴 만큼 지불하는 것이 '공유경제'였다면 서비스 가입을 통한 일정액만 지불하는 '구독경제'가 기업 마케터들에게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제품을 소유하고 과시하기보다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다양한 경험을 얻을 수 있고 유행에 민감해 쉽게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밀레니얼 세대'들의 취향을 저격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경기 침체에 따른 만성적 경제 불안에 시달리는 세대가 안정적인 미래 설계가 어렵고 장기적으로 쌓아야 얻을 수 있는 행복 대신 조금이라도 당장 누릴 수 있는 작은 만족을 택하는 소비 행태도 '구독경제'의 출현 배경이다.

대표적 기업이 바로 월정액제로 무제한 스트리밍 영상을 제공하는 '넷플릭스'사다. 버거킹은 월 5달러만 내면 매일 커피 한 잔씩 마실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커피 한 잔으로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이 늘어난다면 타 메뉴의 매출도 증가할 수 있고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국내에서도 스타트업인 '와이즐리'는 면도날을, 아모레퍼시픽은 '스테디', 미미박스는 '뷰티박스'를 통해 화장품을 구독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명품, 자동차와 같이 빌려 쓰고 반납하는 '렌털진화형 모델'도 급속도로 전파되고 있다. '크레디트 스위스 리포트'는 2020년 구독경제 시장 규모를 5천300억달러(594조원)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소모품, 고가품 분야에서 구독경제가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스타트업이나 온라인 유통 업체들이 이 비즈니스 모델에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측면에서 구독경제 모델에 대한 개념 이해와 산업 환경 변화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낮은 상황이다. 구독경제 시장이 활짝 열린다고 해도 지역 기업들은 당장 무엇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구독경제가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의 새로운 사업 형태로 부상하는 것에 대응하여 중소기업지원 혁신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금부터라도 소비 행태의 변화와 관련 산업에 대한 현황 분석이 필요하다. 기업 측면에서는 현재의 비즈니스가 구독경제 모델 도입에 적합한지 고민해보자. 혁신자원이 부족한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들에는 구독경제 플랫폼에 기반이 되는 디지털 인프라 전환 지원도 정책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최근 들어 최저임금제,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대구경북 중소기업인들의 한숨 소리가 커지고 있다. 매일 수많은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카테고리의 홍수 속에서 동일함이 지배하는 시장에서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으로 보인다. 시대마다 그 시장의 변화를 이끌어 가는 패러다임이 있듯이, 이제 구독경제가 우리 지역경제를 견인할 수 있는 성장엔진이 되길 기대해 본다. 사실 애초에 구독경제 모델의 원조는 신문이 아니었던가? 이제 신문뿐만 아니라 우리 지역 중소기업들의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새로운 구독경제 플랫폼에 올려 보자! 대구·경북 경제를 구독경제 플랫폼에 탑승시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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