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합장(合掌)

조향래 논설위원
조향래 논설위원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속 거룩한 합장인 양하고//….'

청록파 시인 조지훈의 '승무'(僧舞)는 인간의 세속적 번뇌를 종교적인 춤으로 승화시킨 시 작품이다. 불교적인 소재를 인용한 까닭에 '합장'(合掌)이란 용어도 어김없이 들어 있다. 시 속에 은근히 녹아 있는 민족적인 정서와 인간적인 아름다움 또한 불교의 오랜 역사성을 대변한다.

음유시인이자 가수인 정태춘의 노래 '합장'도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탑 돌아 불어오는 바람결에, 너울진 소맷자락 날리고, 새하얀 고깔 아래 동그란 얼굴만, 연꽃잎처럼 화사한데. 그 고운 눈빛 속에 회한이사 없으랴만….'

불교적 예법인 합장은 외면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낮춘다는 하심(下心)의 뜻을 담고 있다. 내면적으로는 흩어진 마음을 청정한 일심(一心)으로 모아 인간의 숭고한 본래 모습에 귀명하는 경지를 나타낸다. 아무튼 합장은 불교적 의미를 모르는 사람에게도 자신을 겸양하면서 상대의 인격을 존중하는 마음의 표시임을 느낄 수 있다.

가슴 앞으로 두 손바닥을 합치고 좌우 열 손가락을 펴서 포개는 행위는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인도의 예법이라고 한다. '나마스테'(공경의 표현)라는 말과 함께 서로 합장을 하는 것은 인도에서뿐만 아니라 스리랑카·미얀마·태국·베트남 등지에서도 평소 인사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독실한 개신교 신자로 알려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부처님오신날' 사찰의 봉축 법요식에 참석하고도 합장을 하지 않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개신교 신자로 종교적 편향성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서울시장 재임 시절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한다'는 말로 거센 비판의 대상이 된 것이다. 역시 개신교 신자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합장 대신 묵례를 했지만, 종교적 배타성은 없었다. 정치인의 드러난 종교적 편향성은 자신에게도 불리할뿐더러 국민 통합에도 역행하는 처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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