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미 의회의 '대북정책감독법안'이 문 정부에게 말해주는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의회의 감독 권한을 강화하는 '대북정책감독법'(안)이 23일 상하원에서 동시에 발의됐다. 공화·민주 양당 의원들이 초당적으로 참여한 이 법안의 핵심 내용은 두 가지다. 첫째는 북미 간 구속력 있는 합의는 조약(treaty) 형태로 상원에 제출해 의회의 인준을 거쳐야 공식 발효되도록 한 것이고, 둘째는 북한 비핵화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폐기'(CVID)라고 규정하고 여기에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은 물론 핵무기 운반 수단과 관련된 모든 프로그램을 포함시킨 것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우려하는 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등 국내 정치적 목적을 위해 북핵 협상을 이용하는 일이 차단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위한 치적 과시용으로, 북핵 협상을 '타결'지어도 알맹이가 없으면 소용없기 때문이다. 이 법안의 내용으로 미뤄 그런 '타결'을 의회가 인준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북한 비핵화를 'CVID'로 규정한 것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가능성 있는 선택지로 거론됐던 '스몰 딜'이나 2차 북미회담이 '노 딜'로 끝난 후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굿 이너프 딜'처럼 북한 비핵화라는 본질은 건드리지 못한 채 적당히 타협하는 거래는 안 된다는 것이다.

법안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미국의 대북 정책을 "북한이 비핵화를 향해 의미 있고 검증할 수 있는 행동에 착수할 때까지 경제적 압박을 지속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북한 비핵화는 뒷전인 채 대북 제재 완화만 앞세우는 문 정부로서는 참으로 곤혹스럽게 됐다.

이번 법안은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했지만 문 정부도 겨냥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을 만큼 내용 하나하나가 문 정부의 대북 정책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미 의회가 이렇게 방향을 정한 이상 대북 정책을 수정하는 것 말고는 문 정부에게 뾰족한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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