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구철의 富의 비밀수학] 리디노미네이션과 골드바·암호화폐 폭등

두달 새 판매 증가 357%, 가격 인상 220%
혼란 부추기는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입'

최신 제품이 아닌 한 판매 증가율 300%는 이례적이다. 그런가 하면 특정 상품의 가격이 두 달 사이 두 배 이상 오른다면 역시 이상 현상이다. 전쟁 같은 특수 상황 아니면 있을 수 없는 그런 일이 최근 한국 경제에서 동시에 발생했다. 골드바와 암호화폐 이야기다.

국민우리하나농협 4대 은행의 골드바 판매액은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월평균 30억3천만원이었다. 그러나 4월 81억원, 5월 22일까지 107억원으로 폭등했다. 3월부터 5월까지 두 달 사이 증가율은 357%, 어마어마하다. 또 3월 26일 4천달러 미만이던 비트코인의 국제 시세는 5월 22일 9천달러 선을 넘나들었다. 두 달 상승률이 220% 이상이다.

혹시나 해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국회에서 리디노미네이션의 필요성을 언급한 날짜를 찾아보니 딱 들어맞는다. 3월 25일이었다.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 화폐단위 변경이란 뜻인데 현재 1천원을 1원으로 바꾸는 구상이다. 사실 해외를 다니다 보면 1달러어치를 살 때 1천원을 내도 모자라니, 나라 자체가 조금 싸구려라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나라 체통 문제라는 이야기다.

항간에는 기업에 잠겨 있는 돈을 끄집어내 소비를 진작하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언급한 거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다. 얼마나 경제 살리기에 고민이 많으면 그랬을까 안쓰럽기조차 하다. 그러나 목적이 아무리 좋더라도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있는 법이다. 골드바 판매나 암호화폐 가격만 두 배, 세 배씩 부추긴다면 더 그렇다. 한국은행 총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그럴 일 없다고 진화했다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지난 2017년 대통령 선거 때부터 몇 년째 여야 정치인들이 주고받은 막말에 국민은 힘들다. 외교관과 정치인들의 가벼운 입으로 나라가 혼란스러운 요즘, 경제 책임자마저 가벼운 입으로 혼란을 더해서야 되겠는가? 그 와중에 비트코인의 창안자 일본인 사토가 600억달러 가까운 평가익을 챙겼을 것이라는 추산에 나는 더 속이 쓰리다.

경기대 미디어학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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