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강소나무의 향과 멋으로 빚어낸 아름다움

‘금강소나무 조각가’ The 休갤러리 김경하 대표
금강소나무의 아름다움 널리 전하고 싶어

울진 금강소나무 목공예가인
울진 금강소나무 목공예가인 '더 휴갤러리' 김경하 대표가 자신이 지금껏 만든 작품을 소개하며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신동우 기자

소나무는 사실 그렇게 좋은 목재는 아니다.

유분기가 많은, 비교적 무른 재질이라 조금만 보관을 잘 못 해도 금세 뒤틀리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소나무에는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이 있지요. 특유의 알싸한 향이나 뒤틀림에도 새어 나오는 특유의 멋이 꼭 우리 민족을 닮은 것 같지 않나요"

The 休갤러리 김경하(60) 대표는 자신을 목공예가 보다는 '소나무 수집가'라 소개한다.

울진 금강소나무만을 취급하는 그에게 재료를 구하는 일은 여타 목공예가들보다 몇 배는 어려운 일이다.

금강소나무는 천연기념물인 탓에 함부로 벌목할 수 없다. 수명이 다해 쓰러지거나 몇 년에 한 번씩 공식적인 솎아내기 작업 이후 발생하는 극히 적은 수가 전부이다.

"다른 일을 하다가도 금강소나무 목재가 나왔다는 소식이 들리면 바로 뛰쳐나가야 합니다. 조금만 늦어도 다른 사람에게 뺏기니 경쟁이 엄청나죠"

어렵게 발견한 목재라도 바로 쓰이지는 못한다. 유분기가 많은 성질 탓에 충분히 말린 후에야 겨우 기초 작업을 할 수 있다. 이렇게 발견한 목재를 다듬는 작업 기간만 얼추 10년 정도이다.

그렇다고 이 기다림의 시간이 고통스러운 것은 아니다. 제각기 형태가 다른 금강소나무를 보며 김 대표는 어떠한 작품이 나올지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흔히 우리나라 소나무를 보면 형태가 중구난방이잖아요. 그러니 원래 목재의 형태에 따라 나올 수 있는 작품도 한정적이에요. 어떻게 보면 소나무 자체가 이미 새로운 생명(작품)의 형태를 정해놓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30여년 전, 교직 공무원으로 재직할 때부터 등산을 좋아했던 그였다. 울진 출신으로 어릴 적부터 구석구석을 누빈 그가 금강소나무의 매력에 빠진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삼척대학교 공예학과에 늦깎이로 입학한 뒤 본격적인 목공예가의 길을 걸은 것은 그의 나이 25세 즈음이었다.

"목재상을 하던 아버지 덕에 조그마할 때부터 친구들의 나무 칼이나 연, 스케이트는 전부 제 작품이었죠. 나무를 깎을 때 나는 향을 맡으면 도무지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몰랐어요"

탁자나 책장 등 생활용품부터 조각상, 볼펜 등 김 대표가 만들어내는 작품은 다양하다. 그러나 처음부터 일일이 수공예를 고집하는 탓에 한 달에 만들어 내는 수는 1~2개가 고작이다. 목재를 준비하는 기간부터 따지면 10년에 하나꼴의 무척이나 비효율적인 작업이다. 날카로운 도구를 가까이하는 위험성 때문에 집에서의 반대도 극심하다.

그래도 그는 매일 목공예실에 출근하며 나무를 다듬는다. 지금은 매주 화·목요일 목공예 강좌를 열어 후학을 양성 중이다. 금강소나무가 주는 아름다운 향취를 미래 세대에 전달하고 싶어서다.

"나이를 생각하면 지금 나무를 구한다고 해서 정작 제가 그 나무를 다듬을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죠. 금강소나무를 다듬는 작업은 그런 겁니다. 저 자신이 아니라 먼 훗날 누구라도 이 아름다움과 향기를 계속 이어 나가주길 기대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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