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생각할 겨를도 없었습니다."
30대 청년이 포항 형산강에 투신한 할머니를 구해 귀감이 되고 있다.
28일 포항남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27일 오후 2시 26분쯤 이상호(30) 씨는 포항 남구 송도동 형산강 일원에서 열리는 포항국제불빛축제 장소의 보안 점검을 위해 차를 타고 순찰을 돌고 있었다.
대구 이벤트 업체에서 근무 중인 그는 이번 불빛축제 행사에 경비와 안전관리·노점관리 팀장을 맡았기에, 현장을 누구보다 철저하게 살펴봐야 했다.
행사장에서 1㎞ 떨어진 남구 대도동 형산큰다리까지 순찰을 돌고 빠져나오려고 할 때쯤 이상한 광경이 그에게 목격됐다.
한 할머니가 둑길을 내려와 천천히 강 쪽으로 걸어가는 모습이었다. 할머니는 휴대전화로 어딘가 전화를 걸고 있어 '산책을 하러 오셨나 보다'고 생각하고 시선을 돌리려던 순간, 할머니가 선착장을 거쳐 강물로 뛰어들었다.
해당 장소의 수심은 2m로 깊었고, 비바람이 거센데다 물살도 거칠었다. 일반적이라면 이런 기상 여건에서 강에 뛰어들기는 어렵다. 자칫 물살에 휘말릴 수 있으며, 할머니를 물속에서 잡았다고 해도 함께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차 문을 열고 곧장 강으로 뛰어들어 할머니를 붙잡고 뭍으로 건져 올렸다.
그는 "정말 생각할 틈도 없었다. 젊은 사람이 빠졌다면 던질 것을 찾았을지 모르지만, 노인이 빠진 거라 매우 위험하고 급박한 상황으로 보였기에 물로 뛰어드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어릴 적 아버지가 농촌에서 의용소방대로 근무하며 물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는 것을 보고 배우며 자랐기에 할머니를 구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가 할머니를 건져냈을 때 119구급차와 해도파출소 순찰차가 약속한 듯 현장에 도착했다.
구조대와 경찰이 신속하게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던 것은 할머니를 형산큰다리까지 태워준 택시기사의 신고 덕분이었다. 택시기사는 이날 오후 2시 22분쯤 119에 전화를 걸어 "방금 내려드린 할머니가 자꾸 죽어야겠다며 이상한 말을 하고 내렸다. 사고가 걱정된다"고 다급한 목소리로 신고했다.
경찰은 할머니가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최근 건강까지 나빠져 극단적인 생각을 한 것으로 확인했다. 포항에 사는 할머니(67)는 병원으로 옮겨진 뒤 치료를 받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이 씨는 "할머니 자제분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들은 것으로 충분하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인데 이렇게 관심받는 것이 부끄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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