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 경남 양산시 통도사.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방문객들로 북적이던 사찰 도로로 A(75) 씨의 승용차가 굉음을 내며 돌진했다. A씨가 순간 가속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하면서 낸 사고로 2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지난 4월 21일 오전 10시쯤 대구 동구 지묘동의 도로를 달리던 B(71) 씨의 승용차도 갑작스레 도로 중앙선을 넘어 맞은편 식당으로 돌진하는 사고를 일으켰다. 역시 고령인 B씨가 경미한 접촉사고에 놀라 중앙선을 넘은 것으로 드러났다.
고령 운전자의 운전미숙으로 일어나는 인명사고가 급증하면서 연령에 따라 운전면허를 관리하고 적성검사를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고령자들이 왜 운전대를 잡느냐"는 식의 엉뚱한 세대갈등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고령자 차별 vs 사고 예방
고령 운전자들은 일부 극단적 사고 사례로 모든 고령자를 잠재적 교통사고 유발자로 몰아서는 안 된다고 항변한다.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졌기에 더 충실히 교통법규를 지키고, 방어운전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
1982년부터 택시운전을 시작해 37년째 운전대를 잡고 있다는 C(76) 씨는 "체력에 부쳐 야간 운행은 그만뒀다. 온종일 운전하면서 사고를 피할 수는 없지만, 누구보다 안전하게 운전한다고 자부한다"면서 최근 불거지고 있는 고령 운전자 논란에 불쾌하다고 했다.
그는 "젊은 사람들이 난폭운전이나 과속을 일삼는 사례도 많은데, 몇몇 사고를 문제 삼아 고령자의 운전할 권리를 빼앗는 것은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고령 운전자의 위험성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이들이 급박한 사고 상황에서 순발력 있는 대처를 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고령 운전자들이 일으키는 사고는 최근 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에서만 8천437건의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가 발생해 2014년(1천542건)보다 무려 447% 급증했다.
지난해에만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들이 일으킨 교통사고로 전국에서 843명이 숨졌는데, 이는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22.1%에 달하는 수치다. 고령 운전자 비율이 전체 9.5%가량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일반 운전자보다 고령 운전자가 사망사고를 일으킬 확률이 높은 것.
운전자 D(30) 씨는 "교통사고가 나면 본인뿐 아니라 타인의 생명에 위해를 가하는 일이기 때문에 스스로가 고령으로 운전이 어려운 상태라고 판단되면 과감히 운전대를 놓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해야
정부는 고령 운전자에 대한 다양한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여전히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경찰청은 올해부터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면허 갱신 주기를 5년에서 3년으로 줄였다. 또 인지능력 진단 등 교통안전교육 2시간을 이수해야 면허를 갱신할 수 있도록 했다.
지방자치단체는 고령 운전자들의 운전면허 자진 반납에 집중하고 있다. 대구의 경우 올 초 운전면허를 반납하는 고령 운전자에게 교통비를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의 조례를 제정하고, 추경예산 4억원을 편성해 4천명에게 교통카드 10만원권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이 같은 대책들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간단한 검사와 약간의 교통비 지원으로 결격사유가 있는 고령 운전자를 제대로 걸러내기엔 역부족인 것.
최근 4년간 대구에서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한 고령 운전자는 1천361명에 그쳤다. 2014년 100여명에서 지난해 381명, 올해 4월까지 384명 등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지만, 전체 65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가 15만명이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막연히 '사고 위험이 높다'는 수준을 넘어 구체적인 현황을 파악하고 맞춤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황정훈 미래도시교통연구원장은 "통계적으로 고령자 사고가 증가하는 것은 맞지만, 막연히 '위험하니 그만두라'는 식의 접근으로는 오히려 반감만 키운다"면서 "고령 운전자들의 이동권과 교통사고 위험 등 포괄적으로 접근하고, 특히 생계형 운전자들의 경우 정확한 수요 파악을 통해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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