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개인적인 문제를 해결해달라며 철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이는 사건이 잇따라 경찰과 소방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행법상 이들을 처벌할 마땅한 규정이 없어 경찰이 속만 태우고 있는 것이다.
대구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17일 오전 5시 40분쯤 대구 동구 율하동의 한 임대아파트에 사는 A(62) 씨가 율하체육공원 박주영축구장에 있는 약 20m 높이 조명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A씨는 112에 전화를 걸어 "일부 주민들이 아파트 단지 내에서 자주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리지만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며 아파트 관리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면담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과 소방당국은 경찰관 30여명과 구급대원 20여명, 구급차와 고가 사다리차, 다목적 구조차량 등 구조장비를 출동시켰다. 조명탑 아래에는 에어매트리스를 깔았고, 위기관리대응팀의 협상 전문가까지 출동시켜 설득에 나섰다.
A씨는 오후 2시까지 농성을 벌이다 경찰의 설득에 응해 내려왔다.
앞서 지난 12일에는 B(42) 씨가 대구 남구 영대병원네거리 10m 높이의 CCTV 거치대 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여 일대 교통이 6시간가량 마비되는 사건도 있었다. B씨는 교통사고 후유증에 시달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치료비를 삭감하자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개인적인 민원성 동기로 대구에서만 두 차례나 아찔한 고공농성이 발생, 수십명의 경찰·소방인력이 출동하는 상황이 반복되자 일각에서는 '공권력 낭비'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사태를 지켜본 한 주민은 "구급대원과 경찰관 수십명이 반나절 넘게 축구장을 지켰다. 단순 민원까지 '고공농성만 하면 들어준다'는 인식이 생기면 비슷한 일이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찰은 고공농성 자체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A씨에게는 소방법이나 전기시설 관리법 위반, B씨에게는 공용구조물 침입 등 다른 혐의를 붙여 처벌하는 방식으로 재발 방지에 고심하고 있다.
대구경찰청 한 관계자는 "국민 생명을 보호하는 건 경찰관과 소방관 모두 직업적 의무이지만, 이런 일이 없어서 본래의 업무에 충실하는 것이 가장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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