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찾은 경북 의성군 단밀면 생송리 쓰레기 산. 오전까지 비가 온 탓인지 악취가 코를 찔렸다.
수도권의 한 전문 벤처 기업이 조달청 입찰에 낙찰돼 지난 21일부터 방치 폐기물 분류에 나선 가운데 이날도 현장에서는 대형 굴착기 2대가 굉음을 내며 폐기물을 분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의성 쓰레기 산은 처리 중
환경부에 따르면 의성 쓰레기 산의 방치 폐기물은 대략 17만3천t, 이 가운데 절반 가까이인 44.5%(7만7천t)는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에너지원)으로 보고 있다.
이 업체가 내년 1월까지 처리할 방치 폐기물은 약 6만t 정도. 방치 폐기물 6만t 중 불에 타는 물질인 가연물과 불에 타지 않은 불연물을 선별해 분리하는 것이 이 업체의 주된 임무다.
따라서 산술적으로 보면 이 업체는 내년 1월까지 6만t의 방치 폐기물을 분류해 44.5%인 2만6천t은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55.5%인 3만4천t은 의성군이 매립 등으로 처리하게 된다.
방치 폐기물 선별·분리 업체 현장 관계자는 "현장에서 가연성 물질과 불연성 물질을 선별, 분리하는 시설을 갖추고 폐기물을 처리하는 것은 전국에서 이 곳이 처음"이라며 "앞으로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라고 했다.
마을 주민들도 폐기물 처리가 시작되자 환영의 뜻을 보이고 있다. 의성군 단밀면 생송2리 김성은 이장은 "방치 폐기물로 인해 그동안 마음 고생을 많이 했다. 야간에도 쓰레기에서 불이 나면 소방서와 군청 등에 연락해야 했고, 악취 피해를 호소하는 마을 주민들도 다독여야 했다"며 "방치 폐기물 처리가 순조롭게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문경 쓰레기 산은 여전히 방치
27일 오후 찾아간 문경시 마성면 쓰레기 산. 3만7천여t의 쓰레기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의성 쓰레기 산이 연상될 정도였다.
밤새 굵은 비가 온 뒤라 그런지 현장의 불쾌한 냄새가 코를 더욱 자극했다.
백두대간의 중심지역이라 경관이 아름다운 곳이었지만 쓰레기 산 때문에 다 망쳤다는 주민들의 하소연이 이어졌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 하태진(51) 씨는 "청정산골마을에 살고 있는 데도 공기청정기를 구입해 사용해야 할 지경"이라며 "이들 쓰레기를 하루 빨리 치워야 사는 거 처럼 살 수 있는데, 업체는 문을 닫아버렸다. 이를 누가 치우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또 다른 주민 김모(61) 씨는 "이 쓰레기는 업주가 처리비를 다 받고 쌓아놓은 것이다"며 "3만7천t이면 도대체 얼마냐. 처리비용을 환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경 쓰레기 산은 폐비닐 등을 연료용 기름으로 전환하는 폐기물 재활용 업체가 지난 2012년 폐기물 종합재활용업 허가를 받은 뒤 3년 후 기술력 부족으로 가동을 중단하면서 쌓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폐기물 더미에서 원인 모를 화재도 4차례나 발생했다.
문경시는 수차례 행정처분을 내린 끝에 지난해 4월 허가를 취소했다.
업주가 폐기물을 자진 처리해야 하지만 현재 이 업체는 부도가 났고 업주도 나몰라라 하고 있어 폐기물 처리를 문경시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17일까지 진행된 이 쓰레기 산에 대한 문경시 처리용역 결과, 처리비용이 무려 116억여원이 필요하다고 나왔다.
문경시는 올해 관련 국비 등 1억7천만원과 방치폐기물 처리 이행보증금 7억원 등 8억7천만원을 확보해 조만간 처리업체 입찰을 실시할 계획이지만 완전 처리까지는 수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상주·영천·구미·울진도 쓰레기 방치로 곤혹
상주시에도 폐기물을 대량 투기하거나 방치해 행정처분을 내린 곳이 7곳에 달한다. 방치 폐기물은 모두 2만5천t 가량인데 업주가 연락두절 상태이거나 관련법 위반으로 구속돼 있어 처리에 애를 먹고 있다.
상주시 관계자는 "예상되는 처리비용은 7곳 모두 73억원으로 국비가 확보되면 시비를 보태 점차적으로 처리할 방침"이라고 했다.
영천시에는 고경면에 위치한 한 업체의 사업장 부지에 2천800t의 폐기물이 무단 방치돼 있다. 2017년 8월 이곳에서 자연발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없이 방치돼 각종 민원을 야기하고 있다.
김병하 영천시의원은 지난 5월 열린 시의회 본의회에서 영천시의 '특정 업체 봐주기' 의혹을 제기하며 조속한 폐기물 처리를 요구하기도 했다.
구미시 옥성면과 산동면에도 800여t의 폐전선 및 폐합성수지 등 폐기물이 방치돼 있다. 구미시는 이들 업체의 면허를 지난해 3월 취소했다.
이들 업체는 일부 방치된 폐기물을 처리한 뒤 남은 폐기물을 연내 처리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울진군 북면 나곡리의 경우도 한 폐기물 재활용업체가 지난해 부도가 나면서 미리 받아 놓은 폐기물들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 폐합성수지, 폐목재 등 약 2천t 가량으로 조사됐다.
울진군은 "해당 사업자와 논의한 결과 올 연말까지 모두 처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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