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기본소득 실험

서종철 논설위원
서종철 논설위원

프랑스 경제학자 자크 아탈리는 '21세기 사전'에서 '모든 사람이 직장을 가질 필요가 없다. 단지 필요한 것은 소득일 뿐이다'고 정의했다. 노동과 일자리의 변화에 맞춰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의 예측대로 지금은 소득이 발생하면 일자리의 형태는 문제가 되지 않고 노동과 실업의 개념도 계속 진화하는 게 현실이다.

눈에 띄는 예측이 또 하나 있다. '실업자는 고용될 수 없는 사람이다. 이들은 보편적인 기본 생활비만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 기본 생활비는 핀란드 캐나다 등 일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실험중 인 '기본소득'과 맥이 닿는다. "인공지능(AI)과 기본소득 도입은 인류 최대의 혁명"이라는 주장이 나올 만큼 기본소득 개념은 핫 이슈다.

정부 차원에서 기본소득을 최초로 실험한 사례가 핀란드다. 2017년부터 2년간 25~58세 장기 실업자 2천 명에게 매달 560유로를 지급했다. 이어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시는 600~900명의 시민을 유형별로 나눠 매달 현금을 지급하는 실험을 했고, 바르셀로나시도 950명에게 매달 1천유로를 지급했다. 알려진 대로 스위스는 2015년 기본소득 도입을 국민투표에 부쳤으나 반대표가 훨씬 더 많았다.

청년실업이 심각한 우리도 기본소득과는 차이는 있지만 유사한 정책 실험이 활발한 편이다. 2016년 서울과 성남시가 도입한 청년수당, 올해 6월 말 전남 해남군이 도입한 농민수당이 그렇다. 해남군은 1만2천487명에게 연 2회, 각 30만원씩 지급하는 실험을 시작했다. 봉화군과 청송군도 가구당 연간 50만원의 농민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기본소득의 전제는 빈곤과 실업, 소득 격차 등 문제점의 해소다. 이런 과제를 해결하려면 재원 확보가 최대 관건이다. 지급 규모나 방식 등에 세심한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고, 기본소득이 과연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어떻든 저성장·고실업 시대에 기본소득은 유용한 정책 대안임은 분명하다. 모든 복지 시스템은 노동할 수 없는 사람의 불균형 해소가 출발점이다. 그렇다해도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공감대 없이는 실험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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