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화가는 과학적·예술적 소양이 요구되는 어떻게 보면 비슷한 것 같다. 또 외과의사는 메스, 화가는 붓으로 하는 손놀림도 비슷하고…" 경북대 의과대학에서 30여 년 교수로 근무하다 2014년 은퇴한 박윤규(71) 씨는 요즘 집에 마련된 작은 화실에서 메스 대신 붓을 잡고 그림 그리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박 교수는 "메스보다 붓을 잡고 그림 그릴 때가 자유롭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틈틈이 작업한 작품으로 개인전 열어
박윤규 씨는 어린 시절부터 그림에 두각을 나타냈지만 집안의 권고로 의대에 진학해 평생 의사로 살았다. 다시 붓을 들기 시작한 것은 1978년 춘천에서 군의관으로 복무하던 시절 서울대 미대 출신 선생을 만나면서부터다. 그림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었기 때문에 여유가 있을 때 기초를 다져두자는 심산으로 화실을 찾았다. "당시 아내와 떨어져 있어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주로 데생, 스케치 등을 배웠는데 선생님은 간섭을 하지 않고 지켜보고 있다가 부족한 부분을 지적해줬다"고 회고했다.
군 제대 후 의료인으로 본분을 다하면서 틈틈이 일기를 쓰듯 붓을 잡았다. 연구·연수 등 업무로 해외에 나가면 그곳의 박물관과 미술관을 즐겨 찾았다. 세계 각국의 여행지에서는 습관처럼 그림에 관한 다양한 자료들을 수집했다. 자료를 탐독하고 자주 감상한 화가로는 모네, 세잔, 고갱 등 인상파를 비롯해 야수파 마티스 등이다. 박 작가는 '색채의 마술사'로 불렸던 보나르의 색채미학에도 심취해 깊은 연구를 이어간 적도 있었다. (그는 그림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자 말이 많아졌다)
박 교수는 의사와 학생을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틈틈이 작업을 이어가 2008년(회갑) 첫 개인전, 2017년(고희) 두 번째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그림은 자유와 즐거움을 선사하는 청량제"
박 교수의 그림 실력은 아마추어를 넘어섰다는 평가다. 박 교수는 주로 풍경을 선호하며 정물과 인물도 더러 그린다. 특정 양식이나 색채에 얽매이기보다는 독창적인 자기만의 화풍으로 작업한다. 표현주의적 감각이 돋보이는 그의 작품 속에는 강렬하고 단출한 필선과 원색이 주는 원초적 화려함이 내포돼 있다. 그리고 현장 스케치가 주는 강한 자연의 에너지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원색을 굵은 필촉을 사용해 병렬적으로 화면에 펼쳐 대담한 개성의 해방을 시도하고 있는 작품에서 야수파적인 강렬함도 함께 전해진다. 한 미술평론가는 "박 교수의 작품은 이제 아마추어 경지를 넘어섰다"며 "세잔, 모네, 보나르, 마티스 등 많은 화가의 그림을 공부했지만 어느 작가의 양식이나 매너리즘을 경계하고 독창적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평했다.
골프와 등산 외에는 특별한 취미가 없는 박 교수는 요즘 틈나는대로 그림을 그린다. 매주 금요일 오후에는 누드크로키에 참여한다. 벌써 5년이나 됐다. 그리고 여행을 하면서 드로잉한 것을 자기만의 공간에서 작업한다. 화실에는 그동안 모아온 도록과 화구, 작품들로 가득하다.
박 교수는 그림을 맘껏 그릴 수 있는 요즘이 제일 행복하다고 말했다. "평생 걸어온 의사의 길은 내게 보람과 긍지 때로는 고통과 좌절을 주는 내 삶의 의미였다면, 지난 40여년 동안 틈틈이 그려온 그림은 자유와 즐거움을 선사하는 청량제였다"며 그림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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