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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숙의 옛그림 예찬]김두량 '삽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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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 연구자

종이에 수묵담채, 35×45㎝, 개인 소장
종이에 수묵담채, 35×45㎝, 개인 소장

삽사리, 삽살개라고 했고, 한자로는 방구(厖狗), 방견(尨犬)이라고 썼던 토종개이다. 삽살개는 예로부터 '귀신 쫓는 개'로 액운을 막는 상징으로 여겨져 궁궐에서도 길렀던 것 같다. 영조(재위 1724-1776) 때 도화서 화원인 김두량이 그린 그림이다. 화제는 "사립문에서 밤을 지키는 것이 너의 임무이거늘, 어찌하여 길 위에서 대낮에 이렇게 짖고 있느냐"라는 뜻이다.

사문야직(柴門夜直) 시이지임(是爾之任)

여하도상(如何途上) 주역약차(晝亦若此)

계해(癸亥) 유월(六月) 초길(初吉) 익일(翌日) 김두량도(金斗樑圖)

이 화제는 영조가 직접 써 넣은 것이다. 왕이 화원의 그림에 어필을 남기는 것은 중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드문 일이었다. '영조실록'에서 1743년(영조 19년) 6월 2일자를 찾아보니 아무 기록이 없다. 이 날 영조는 창덕궁에 있었는데 그림을 감상하고 이렇게 제발도 쓰면서 하루 쉬셨던 것 같다. 영조는 김두량보다 두 살이 많으니 50세 때였다. 김두량의 호 남리(南里)는 영조가 지어서 하사한 호이다.

고개를 들고 누군가를 향해 짖으며 앞으로 가고 있는 개의 옆모습을 화면 가득 당당하게 그렸다. 윤곽선으로 형태를 그리지 않고 털이 뻗친 방향대로 중첩시킨 붓질로 개의 볼륨감과 질감, 색깔까지 나타냈다. 꼬리 털, 엉덩이 털, 몸통 털, 등 털, 다리 털, 가슴 털, 어깨 털, 정수리 털, 귀 털, 볼 털, 코 수염, 수염 등 모든 털 한 올 한 올이 굵기와 길이, 강약과 농담이 다른 생생하게 살아있는 선이다. 털이 없는 귓구멍, 콧구멍, 혓바닥은 붉은색으로 속살을 표현했다.

조선 후기 의관이자 수집가인 석농(石農) 김광국(1727-1797)의 그림 모음집인 '석농화원'을 보면 김두량은 개 그림을 특히 잘 그렸다고 했다. 이어서 당시 사람들이 양반화가의 유화(儒畵)로는 겸현위종(謙玄爲宗), 즉 겸재 정선과 현재 심사정이 으뜸이고, 화원화가의 원화(院畵)는 남리위수(南里爲首), 즉 김두량이 홀로 머리가 된다고 하는데 참으로 옳은 말이라고 했다. 이런 선을 긋는 화가이니 우두머리라는 말이 백번 수긍이 간다.

삽살개는 원래 온몸이 긴 털로 덮여 있는 장모견(長毛犬)이다. 그런데 이 그림은 털이 짧고 얼룩무늬가 있는 '단모(短毛) 얼룩삽살개'로 매우 희귀하다고 한다. 이 희귀한 삽살개는 혹시 영조의 애견, 곧 퍼스트 독이 아니었을까?

미술사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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