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우지마라

조향래 논설위원
조향래 논설위원

'울지 말게/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 날마다 어둠 아래 누워 뒤척이다, 아침이 오면/ 개똥 같은 희망 하나 가슴에 품고/ 다시 문을 나서지/…/ 산다는 건, 참 만만치 않은 거라네/ 아차 하는 사이에 몸도 마음도 망가지기 십상이지/ 화투판 끗발처럼, 어쩌다 좋은 날도 있겠지만/…/ 어느 날 큰 비가 올지, 그 비에/ 뭐가 무너지고 뭐가 떠내려갈지 누가 알겠나/ 그래도 세상은 꿈꾸는 이들의 것이지/….'

어느 시인은 '소주 한잔했다고 하는 얘기가 아닐세'라는 시에서 고단한 삶에 지쳐 '술에 코 박고 우는 친구'를 이렇게 위로했다. 이 친구는 우선 경제적인 어려움이 원인인 듯하다. 경제난은 가정의 해체를 초래한다. 한 여류 시인이 남긴 '겨울 풍경'이라는 제목의 시구는 그런 정신적인 아픔을 절절히 토로한다. '헐벗은 나무/ 둥지튼 새들은 떠나갔다/ 허둥대는 바람같이/ 떠도는 마음 하나 못 붙들고/ 삶은 종종 살얼음판이었다/….'

앙급지어(殃及池魚)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재앙이 연못 속 고기에 미친다'는 의미로, 까닭 없이 화를 당하는 일을 비유하는 말이다. 춘추전국시대 초나라 성문에 불이 붙었다. 거센 불길을 잡느라 성안 백성들이 모두 동원되어 연못 물을 퍼날랐다. 그런데 막상 불을 끄고 나니 연못 안 고기들이 모두 말라죽게 생긴 것이다.

대한민국이 총체적 난국에 빠져들고 있다. 동해의 독도 영공에는 러시아와 중국 군용기가 무단으로 침범하고,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게다가 북한이 잇따라 탄도미사일을 쏘아올리는데, 우리와 관계가 소원해진 미국은 강 건너 불구경 하고 있다. 예로부터 못난 지도자를 만나면 물 밖에 가장 먼저 나뒹굴게 되는 것은 힘 없는 민초들이다.

'우지마라 우지마라/ 사랑이란 다 그런거다/ 저마다 아픈 사연 가슴에 묻고 살지/ 우지마라 우지를 말어라/….' 고단한 가족사를 지녔던 가수 김양의 노랫말처럼 가난한 서민들은 삶의 애환을 이렇게 스스로 달래고 있다. 그래도 인생의 봄을 다시 기다리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나라가 어려워지건 말건 만면에 웃음이나 흘리고 다니는 철없는 위정자들이 그 눈물과 아픔을 어찌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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