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이월드 롤러코스터 근무자 다리 절단 사고 이후 놀이공원 내 팽배한 안전 불감증을 비난하는 여론이 일고 있다. 이월드 측은 전문성과 책임감이 비교적 부족한 비정규직 근무자에게 놀이기구 조작을 맡겼던 것으로 드러났고, 이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지만 제때 대처조차 못해 화를 키웠다는 것이다.
◆피해자와 절단된 신체 발견 왜 늦었나?
경찰과 이월드 측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6시 52분쯤 롤러코스터 '허리케인'을 조작하던 비정규 직원 A(22) 씨는 열차 첫 칸부터 끝 칸까지 걸으며 탑승객의 안전벨트·안전바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여부를 살핀 후 끝 칸 뒤에 연결된 롤러장치 위에 올라섰다. 놀이기구 조작을 맡은 동료 B(20) 씨는 A씨가 탑승해 있는 것을 보고도 별다른 제지없이 운행 버튼을 누른 것으로 알려졌다. 열차 뒤에 매달려 서 있던 A씨는 플랫폼 또는 선로 내리막길의 특정 지점에 뛰어내리려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A씨가 착지에 실패하면서 A씨 다리가 롤러에 낀 채 열차가 운행을 시작했고, 열차 탑승객이나 B씨는 큰 음악 소리와 숲에 가려진 시야 등으로 인해 이 같은 사실을 즉시 파악하지 못했다. 결국 A씨는 오른쪽 무릎 아래 부위가 절단된 채 10m 아래로 떨어졌다. 열차 운행이 끝나 제자리로 돌아온 후 탑승객 하차를 도와야 할 A씨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그제서야 B씨는 A씨가 다친 채 추락한 사실을 알아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대원들이 사라진 신체부위를 수색했지만 발견되지 않았다. 겁에 질린 B씨가 '기계 점검 중이었다'며 사고 경위를 숨긴 탓이다.
10분여가 지나서야 B씨는 직원들에게 사고 당시 상황을 털어놨고, 소방대원은 선로 주변을 수색해 신체부위를 발견해 A씨를 병원으로 옮겼다.

◆"열차 매달리기 빈번" 증언 잇따라
이월드는 비전문가인 단기 아르바이트생에게 놀이기구 조작을 맡겼다. 2016년 이후 최근까지 정규직은 170명 선을 유지했지만, 비정규직은 2017년 90명 선까지 줄였다가 올해 133명까지 48% 늘린 것.
이월드에 따르면 대체로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생인 기구별 근무자들은 주로 2인 1조로 근무한다. 한 명은 탑승객 안전장치 확인을, 다른 한 명은 운행 조작을 담당해 왔다. 이월드 정규직원인 매니저는 1명당 놀이기구 3개의 관리를 담당했다.
장기간 근무한 정규직원에 비해 단기 근무자들은 특정 기구의 위험성을 숙달할 새도 없이 여러 놀이기구를 순서에 따라 번갈아 맡으면서 기구 조작실에 비치된 안전수칙에 따라 근무했다.
놀이기구마다 비치된 안전수칙마저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 조사 결과 해당 안전수칙에는 ▷기구 조작법 ▷탑승객 안전사고 방지 방법 ▷사고 유형별 대처법 등이 있었지만, 근무자의 돌발 행동을 통제하는 규정은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허리케인 근무자들은 종종 A씨처럼 행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직원은 "열차 맨 끝에 매달려 조작실까지 타고 와서 뛰어내리는 것은 관행"이라고 털어놨고, 해당 사고 소식을 전하는 SNS 게시물에서도 한 누리꾼은 "예전에 우리가 놀러 갔을 때 열차 뒤에 타서 내리려던 그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 같은 주장과 관련자 진술 등을 토대로 A씨가 열차에 매달려 있는 상태에서 운행을 시작한 이유 등을 밝혀낼 계획이다.
김중진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는 "그간 이월드에서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잦았다. 단기간 근무하는 비정규 직원들이 얼마나 전문성을 숙지하고 있었을지 의문"이라며 "하다못해 놀이기구 근무자를 정규직 1명, 비정규직 1명으로만 배치했어도 이 같은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부상자 원상회복 어려워, 상처 봉합 후 회복 중
A씨는 발견 직후 수지접합전문 W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다리접합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병원 측 소견에 따라 상처 봉합술만 받고서 회복치료 중이다.
우상현 W병원 병원장은 "환자가 병원에 도착했을 당시 무릎 주위 뼈가 전반적으로 으스러지면서 탈구됐다. 정강이, 발목 등에도 복합골절이 있어 처음부터 접합수술이 불가능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절단면의 오염원을 제거한 뒤 상처 봉합술을 시행하고 경과를 지켜보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월드 측은 "사고 경위나 책임 소재에 대해서는 경찰 조사를 통해 충실히 소명할 예정이다. 아울러 산재보험 등을 통해 부상자 치료를 마치는 대로 가족 측과 보상 관련 협의를 할 방침"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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