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론새평]작동하지 않는 정부의 분배 기능

문 정부 2년 동안 이전소득 증가액
최상위계층이 오히려 더 많이 늘어
고령자·청년·실업자에 주는 수당들
재산·소득수준 꼼꼼히 따져 지급을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문재인 정부가 집권하는 동안 가계의 소득양극화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2019년 상반기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가계소득은 2017년 상반기 6개월 동안 283만3천원에서 2019년 상반기 6개월 동안 257만9천원으로 25만4천원이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전 정부 때인 2015년 상반기와 2017년 상반기 중에도 1분위 가계소득이 10만6천원 줄긴 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하락 폭이 더 커진 셈이다.

1분위 가계소득이 이렇게 빠진 것은 근로소득의 감소 때문이다. 2017년 상반기 6개월 동안 116만1천원이던 1분위 가계소득이 2019년 상반기에는 84만3천원으로 31만8천원이나 줄어들었다. 반면에 최상위 20%인 5분위 가계소득은 2017년 상반기 1천757만5천원에서 2019년 상반기 1천935만1천원으로 177만6천원이나 늘어났다. 2015년과 2017년 사이에 최상위 가계소득이 59만3천원 늘어난 것보다 두 배가 넘는 규모이다.

명목경제가 3% 이상 성장하는데도 최하위 가계의 근로소득이 오히려 감소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로 일자리가 늘어나는 속도가 둔화되었고, 둘째 폐업 혹은 조업 단축 등으로 기존 일자리가 쪼그라들었으며, 셋째 그나마 있는 일자리도 근로시간이 줄어든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물론 전반적인 불경기와도 연관이 없진 않겠지만 2018년과 2019년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판단된다. 최저임금의 인상으로 추가 고용을 꺼리게 됨과 아울러 폐업 등으로 기존 일자리를 잃거나 근로시간이 단축되면서 평균 근로시간이 전반적으로 감소하였다. 예컨대 2017년만 하더라도 취업자가 31만6천 명이 증가했었으나 2018년에는 9만7천 명으로 줄어들었고, 2019년에도 고령자 취업을 빼고 보면 취업자 증가 폭은 크게 둔화되었다. 게다가 주 36시간 이하 근로자가 50만 명 이상 늘어나는 데 비해 36시간 이상 근로자는 25만 명이 줄어들면서 평균 취업시간도 지난 2년 동안 거의 3시간 정도 줄어든 것이 근로소득을 줄이는 데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된다.

반면에 고소득계층의 소득은 현저하게 늘어났다. 최상위계층인 5분위 가계소득은 2017년 상반기 1천757만5천원에서 2019년 상반기 1천935만1천원으로 지난 2년 동안 177만6천원(약 10%) 늘어났는데 이 중 근로소득 증가가 159만9천원(증가율 12.6%)이나 되었다. 4분위 가계 근로소득도 727만2천원에서 822만6천원으로 95만4천원 늘어났다. 결국 상위계층으로 갈수록 근로소득 증가 폭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면서 소득양극화를 부추긴 셈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사업소득은 급격하게 감소했다. 5분위를 제외한 전 소득계층에서 2019년 상반기 사업소득은 2017년 상반기에 비해 감소하거나 거의 증가하지 못했다. 사업소득조차 최상위계층만 크게 늘고 나머지 계층은 줄거나 거의 정체되었다. 앞으로 미중 무역분쟁이 더 격화되고 한일 간의 갈등도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중국은 물론 유럽과 미국의 경기마저 둔화될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렇게 되면 저소득층의 소득은 더 아래로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이 이렇게 양극화되면 정부는 재정 정책을 통해 이것을 바로잡아야 한다. 특히 저소득층에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지출 구조를 효율화해야 한다. 그러나 소득 재분배 기능을 나타내는 이전소득 통계를 보면 전혀 그렇지 못하다. 지난 2년 동안 1분위 가계나 5분위 가계나 이전소득의 증가 금액에는 거의 차이가 없다. 오히려 최상위계층 이전소득이 더 많이 증가했다. 다시 말해 이전소득의 소득불균형 시정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제라도 이것을 고쳐야 한다. 고령자나 청년, 실업자라고 덜컥 수당을 줄 것이 아니라 재산이나 소득 수준을 꼼꼼히 따져 가려가면서 지급해야 할 것이다. 꼭 필요한 사람에게 가야 할 소중한 세금이 엉뚱한 사람들에게 가서는 안 될 것이다. 주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사람에게 가려 주는 게 소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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