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모든 게 사라졌습니다"…삶의 터전 잃은 바하마 주민들 절망

총리 "사망자 30명으로 늘어"…최대 '수천명' 실종상태여서 피해 급증우려
"8조4천억원 재산피해 추정"…WFP 식량 8만t 지원, 美해안경비대·英해군 등 구조작업 동참

5일(현지시간) 허리케인 도리안이 초토화시킨 바하마의 그랜드 바하마섬에서 한 주민이 8명의 친척들이 살던 집이 산산조각난 것을 발견한 후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5일(현지시간) 허리케인 도리안이 초토화시킨 바하마의 그랜드 바하마섬에서 한 주민이 8명의 친척들이 살던 집이 산산조각난 것을 발견한 후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5일(현지시간) 허리케인 도리안이 초토화시킨 바하마의 아바코 섬 항구에서 한 주민이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으며 폐허로 변한 현장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허리케인 도리안이 초토화시킨 바하마의 아바코 섬 항구에서 한 주민이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으며 폐허로 변한 현장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초강력 허리케인 '도리안'이 부리는 시속 300km 강풍을 버티기에 여섯살 소년 에이드리언의 몸집은 너무 작았다. 거센 바람은 범람을 피해 지붕에 올라가 웅크린 에이드리언을 휘감아 물속으로 내팽개쳤다.

동생을 마지막으로 본 리처드 존슨은 "바람이 꼬마를 날려버리리라는 걸 순식간에 알아차렸다"며 "상황을 보니 희망이 안 생긴다"며 고개를 떨궜다고 로이터통신이 5일(현지시간) 전했다.

휴버트 미니스 바하마 총리가 이날까지 확인된 사망자가 30명이라고 밝혔지만, 바하마에서 현재까지 보고된 실종자는 '수천 명'에 달하며, 이들 상당수가 에이드리언과 같은 아이들이다.

지난 1일 허리케인 도리안이 카리브해의 아름다운 섬나라이자 유명 휴양지인 바하마를 강타, 국토 대부분을 초토화시켰다. 강풍과 폭우가 잦아든 후 집과 건물들은 처참하게 부서졌고 마을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집계가 어려운 인명 피해는 계속 늘어나면서 바하마 주민들은 큰 충격을 받아 망연자실한 상태다. 대피소로 피했다가 돌아온 주민들은 자신의 보금자리가 며칠 만에 진흙으로 뒤덮인 잔해만 남은 것을 확인해야 했다.

도리안이 처음 상륙한 아바코섬 마시하버에 사는 레이먼드 킹은 로이터에 "내 아바코섬이 모두 사라졌다. 은행도 가게도 아무것도 없다. 시신들만 남았다"고 절망했다. 피해지역을 둘러본 미국 CNN 방송의 폴라 뉴턴 기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원래 있던 것의 90%가 망가졌다"고 말했다.

재산 피해액만 70억 달러(약 8조4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며 피해가 집중된 아바코섬과 그랜드바하마섬이 리조트와 골프장 등으로 유명한 관광휴양도시였던 것을 고려하면 섬이 다시 제모습을 갖추기까지의 관광산업 손실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했다.

인구 40만 명의 바하마가 감당하기 힘든 대형 재난 상황에 빠지자 국제 사회의 도움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유엔은 바하마 인구의 20%에 가까운 7만명이 긴급하게 구호가 필요한 상태라고 보고했다.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은 540만 달러 상당의 긴급자금을 통해 8만t의 식량을 구매, 3개월간 3만9천명을 지원할 계획이다. 미국 해안경비대와 영국 해군이 일찌감치 구조와 구호작업에 동참한 데 이어 자메이카도 피해지역 안전을 위해 군 병력 150명을 파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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