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미제로 남을 듯했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이 발전한 과학수사기법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가 잡히면서 대구의 장기미제 살인사건도 해결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경찰은 지난 2015년 9월 장기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범인 검거에 주력하고 있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발생한 장기미제 살인사건은 모두 8건이다. 장기미제사건 전담수사팀 관계자는 "태완이법에 따라 2000년 8월 이후 일어난 살인사건은 공소시효가 폐지됐기 때문에 해결할 경우 전부 범인을 처벌할 수 있는 사건"이라며 "피해자와 가족들을 잊지 않고 끝까지 추적할 것"이라고 의지를 보였다.
2001년 12월 7일 발생한 총포사 살인사건은 지난 5월 한 지상파 방송에서 다뤄지며 큰 화제를 모았다. 남구 봉덕동의 한 총포사에 침입한 범인은 가게 주인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뒤 진열돼 있던 엽총 2정을 들고 달아났다. 이후 달서구의 한 은행에서 총으로 직원들을 위협, 현금 1억2천600만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이 사건 역시 현장에서 DNA샘플 등 객관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았지만 최근 주요 목격자의 제보가 이어지면서 경찰은 이를 토대로 집중적인 수사에 들어간 상태다.
2004년 중구 달성공원에서 살충제 '메소밀'을 요구르트에 넣어 노숙자 A(63) 씨를 숨지게 한 이른바 '독극물 요구르트' 사건도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다. 이 사건은 DNA나 족적 등 제대로 된 증거가 나오지 않아 수사기록을 분석하는 데 머물러 있다.

지난해 매일신문이 집중적으로 추적했던 '허은정 양 납치살해 사건'도 허 양 동생이 수사에 협조하면서 조금씩 진전되는 듯 보였지만 결정적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 유일한 목격자인 허 양의 할아버지가 사건 충격으로 제대로 된 진술을 하지 못하다 84일 만에 지병으로 숨졌고, 경찰은 동생을 상대로 최면수사까지 했지만, 단서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0년 1월 달서구 본리동에서 일어난 주부 살인사건은 유력한 용의자를 특정했지만, 행적이 묘연해 수사가 난항에 빠진 경우다. 조사 결과 숨진 B(당시 43세) 씨의 남편이 유력한 용의자로 추정됐지만, 행방을 찾지 못한 것. 경찰 관계자는 "카드 결제 기록이나 전화 사용 등 이른바 '생활반응'이 전혀 없는 상황이어서 밀항 등을 통한 해외도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태완이법=1999년 발생한 대구 효목동 어린이 황산테러사건을 계기로 발의된 법. 2000년 8월 이후 발생한 모든 살인사건에 대해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이다. 여섯 살 김태완 군이 골목길에서 괴한에게 황산테러를 당해 49일간 버티다 숨졌지만 진범이 잡히지 않은 상태로 공소시효가 지났고, "명백한 살인사건에 대해 공소시효를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에 따라 2015년 7월 시행됐다. 아이러니하게도 태완이법은 1999년 발생한 김태완 군 황산테러사건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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