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자근자근/ 소리길 걷는데// 발바닥이/ 간질간질/콧구멍이/ 간질간질// 발바닥이/ 웃으니/ 온몸이 웃네.'-이재순 동시 '간질간질'
안동 출신인 이재순은 1991년 월간 '한국시' 동시부문 신인상에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40여 년 동안 초등학교 교사로 아이들과 만나며 꾸준히 동시를 창작해온 그는 퇴직 후에도 쉬지 않은 작품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지은 책은 동시집 '별이 뜨는 교실' 큰일 날 뻔했다' '집으로 가는 길'과 동시조집 '귀가 밝은 지팡이'가 있다. 영남아동문학상, 한국아동문학창작상, 한국문협작가상 등을 받았고, 2019년 올해의 좋은 동시집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번에 다섯 번째로 엮은 동시집 '나비 도서관'은 1부 '시간의 발자국', 2부 '나비 도서관', 3부 '얼마나 좋을까', 4부 '또 다른 말'로 나눠 자연과 일상에서 튀밥처럼 팡팡 터지는 동심으로 건져올린 60여 편이 책갈피 속에 노래하고 있다. 특히 이번 시집에는 나비와 꽃, 은행나무, 가랑비, 호수, 수양버들, 바닷가 몽돌, 시골 시냇물 등 소재를 고도의 함축된 언어로 담아내 작품의 완성도를 크게 높였다.
이번 시집의 특징은 우선 못말리는 동심에서 발화된 동시가 많다. '간질간질' '마음 좋은 호수' 등 작품은 장난스러운 어린이의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 또 '목발' '유리컵' 밤비' 등 작품에서 보듯 사물과 소통을 시도하는 동시들도 있다. 성숙한 사회의식을 보여주는 시들도 여러편 있다. 대표적인 것이 '월요병' '말씨' '돌탑'같은 작품들이다. 순우리말 중에서 골라 쓴 제목 '잠비'(잠자라고 오는 비)는 말 부림의 묘미로 독자들을 즐겁게 한다. 마지막으로 오붓한 가족이야기를 다룬 작품도 많은데 '천사 그리기' '갓바위 오르는 길' '일자리' 등을 꼽을 수 있다.
지은이는 "어제는 밉던 친구가 오늘은 예쁘게 보일 수 있듯, 기쁨 마음으로 보면 누구나 반갑고 소중하다"며 "이번 시집은 아름다운 마음으로 보고 듣고 생각한 것들을 동시로 옮겼다"고 했다. 117쪽 1만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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