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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정치 세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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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종철 논설위원
서종철 논설위원

16세기 이후 1795년 폴란드·리투아니아 연합국의 와해로 '귀족 공화국'이 멸망할 때까지 유럽에서 귀족이 가장 많은 나라는 폴란드였다. 귀족이 전체 인구의 10%를 넘었다는 비공식 통계도 있다. 중세 유럽의 귀족 비율은 프랑스가 약 1%, 스웨덴 약 0.5%, 독일이 약 0.01% 정도였다. 18세기 유럽 전체 인구에서 귀족 비중이 약 1.5~2.3%인 것과도 대조를 이룬다.

특히 귀족으로 구성된 폴란드 의회 '세임'(sejm)은 모든 권력을 쥐고 행사했다. 다른 나라와는 달리 선거를 통해 국왕을 뽑고 외국인을 왕좌에 앉힐 정도로 귀족이 전권을 휘둘렀다. 폴란드 귀족은 자기 이익을 위해 다른 국가의 왕족을 폴란드 국왕으로 뽑아 '허수아비 군주'로 만들고 권력을 독점했다. 이런 구조는 '로마 황제 43%는 세습 황제가 아니라 갑자기 권좌에 오른 인물'이었다는 점과도 맥이 닿는다.

현대 일본의 정치 구조도 폴란드와 닮았다. 패전 이후 일본은 화족(華族) 제도를 폐지했지만 '정치 귀족'은 갈수록 늘고 있다. 지역구를 아들에게 세습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총리에서부터 장관, 각 정당 요직 인사 상당수가 '세습 정치인'이다. 자민당뿐 아니라 군소정당에도 세습 정치인이 많다. '파벌'과 '세습'이 일본 정치를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2017년 일본 중의원 선거 결과 전체 의원 정수 465명 중 26%인 120명이 세습의원으로 나타났다. 열에 셋이 '금수저 정치인'인 셈인데 증조부-조부-아버지-아들 등 몇 대에 걸쳐 권력을 대물림하는 사례도 있다. 영국 하원의 세습의원이 10%가량인 점과 비교해도 일본 사례는 특이한데 지명도와 조직, 자금을 모두 물려받아 애초 '흙수저'와는 출발선이 다르다는 점에서 비판적 여론이 높다.

요즘 문희상 국회의장의 '지역구 부자 세습' 문제가 관심사다. 서점을 운영 중인 문석균 씨는 현재 더불어민주당 의정부갑 지역위원회 상임부위원장으로 내년 총선을 준비 중이다. '아들 공천' 비판과 경선 과정을 넘어 당선된다면 현역 의원 아버지로부터 아들이 지역구를 바로 물려받는 사례가 된다. 여당 내에서도 '부적절한 대물림'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이고 보면 요즘 여당이 국민 눈치조차 보지 않고 막간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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