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들의 텃밭 가꾸기가 식생활 개선, 정서적 치유, 공동체 복원, 여가활용, 건강 등 공공적 가치가 높으며, 이를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하지만 전업농부들과 농촌지역을 대표하는 정치, 경제인들의 생각은 다르다. 도시농업이 농촌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인식이 농촌 및 농업계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농촌 지역에서는 "대도시 지방자치단체가 도시농업 장려정책을 그만 두어야"는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경북의 한 군수는 서울에서 열린 전국 시장군수 모임에서 "도시농업 좀 그만 장려하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하기도 했다. 도시텃밭 가꾸기와 농업경제의 관계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 "도시인 농사 지으면 농민은 어쩌나?"
"도시인들이 농사까지 짓기 시작하면 우리는 뭘 먹고 살라는 말이냐!"
대구시 근교 농민들의 도시농업에 대한 반응을 압축한 말이다. 전업농민들은 대체로 도시농업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 하지만 도시농업에 대한 견해를 밝힐 기회가 되면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는 사람이 많다. 농민들은 "도시에는 기업도 많고, 일거리도 많은데, 굳이 농민들의 생업을 위협하는 도시농업을 해야 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말한다.
나이 지긋한 농부들은 "도시 사람들이 농촌에 땅 구해놓고는 농사를 짓는 것도 아니고, 안 짓는 것도 아니고, 장난처럼 채소를 재배하니 보기에도 안 좋고, 제 때 농약을 치지 않아 해충이 기승을 부린다. 해충이 자기 밭만 망치는 게 아니다. 그 피해가 인근 농민들이 경작하는 밭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며 도시인들이 취미삼아 텃밭농사를 짓는 것은 물론, 농사짓는 방식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하고많은 취미생활 중에 왜 하필 농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농사를 하느냐는 것이다.
◇ "도시농업이 농사·농민 이해하는 계기"
텃밭을 가꾸는 도시인들은 도시농업이 오히려 농촌을 이해하는 매개물이 된다고 말한다. 땀 흘려 텃밭농사를 지어봄으로써 '농민의 수고'를 알게 되고, 농산물에 대해 "채소 값이 왜 이렇게 비싼 거야?"는 식의 마음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시농부 8년차인 김성호씨는 "텃밭농사를 짓기 시작한 이래로 단 한번도 농산물 값이 비싸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텃밭을 가꾸면서 오히려 농산물이 너무 싸다는 생각을 자주 하고 있다"고 말한다.
도시농부이자 도시농업 전도사를 자처하는 김효선씨는 "도시 텃밭에서 생산하는 채소는 종류가 단순하고, 생산량도 극소량이어서 농촌경제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며 "텃밭농사를 지어본 사람들은 농부들의 수고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농부와 농사를 진심으로 지지한다."고 말한다. 그는 "농촌에 일할 청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도시청년들에게 '농촌에 희망이 있다' 며 각종 정책으로 귀농, 귀촌을 지원하고 홍보하는 것도 좋지만, 텃밭농사를 통해 농업이 매력과 장래성 있는 직업임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도시농업은 농촌과 도시의 상생을 돕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 도시농부 절반이상 "귀촌귀농 염두"
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는 2013년 서울시 의뢰로, 도시농업활성화 기반조성을 위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7월 1일~31일) 주말농장 이용자, 공영텃밭 이용자, 민간위탁형 공영텃밭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도시농업 활성화가 농촌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응답은 최대 13.1%에서 최저 6.9%로 나타났다. 도시텃밭이 농촌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최대 86.3%에서 최저 80.8%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텃밭농사를 짓고 있는 서울경기의 도시농부를 대상으로 한 만큼 농민의 인식과는 차이가 클 수 있다.)
귀농 또는 귀촌 의향이 있는지 묻는 설문에 '그렇다'는 응답이 최대 52%에서 최저 43.8%로 나타났다. '귀촌 혹은 귀농할 의사가 없다'는 응답은 최대 36.1%에서 23.3%로 나타났다. 또 텃밭농부들 중 장기적으로 귀농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비율은 66.5%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이 같은 조사결과에 대해 "도시농업이 농촌과 농업에 좋은 기여를 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지형 (사)대구도시농업시민협의회 대표는 "도시농업에 참여하는 사람들 중에는 귀농·귀촌을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며, "도시농업이 귀농·귀촌의 통로로서 기능을 하고 있으며, 농업·농촌의 가치를 알리고 사라져가는 공동체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큰 작용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는 (도시농업활성화)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먹거리 지출 비용과 외식비용, 즉석식품 비용이 줄고 가족과 대화가 많아졌다는 점은 국내농산물을 사용하는 빈도가 높아졌다는 것을 암시한다. 외식과 즉석식품은 대부분 수입농산물 사용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며 "도시농업이 농촌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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