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 고향 경산 여천동" 버드내 실향민 앨범에 담았어요

경북개발공사 제작 '고향 앨범'…경산 여천동 연구개발 특구 지정
소중한 삶의 터전 잃은 주민 위해…고향 이야기·사진·사연 담아 선물
주민들 "내 마음속 고향 살아나, 감사 전해"

고향마을을 잃은 실향민들을 위해 제작된 고향앨범
고향마을을 잃은 실향민들을 위해 제작된 고향앨범 '버드내 사람들'에 실린 주민들 모습. 경북개발공사 제공

"내 고향 경산 여천동을 아시나요."

경북 경산 여천동 주민들이 특별한 앨범을 선물받았다. 경상북도개발공사가 경산 화장품특화단지 조성으로 조상 대대로 농사짓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을 위해 옛 사진과 추억을 담은 고향앨범을 제작해 전달한 것이다.

경산 여천동 일대는 2011년 대구연구개발(R&D) 특구로 지정됐다. 지정 이후에도 주민들은 변한 것 없는 삶을 살아왔지만, 2017년 경산 화장품특화단지 조성이 본격화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사업시행자로 지정된 경북개발공사는 여천동 일원 지식서비스연구개발 1지구 내 14만9천㎡ 부지에 화장품특화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물건조사와 보상계획을 마련해 추진했다.

그 결과 여천동 일대 97필지가 공익사업 시행으로 인한 수용대상으로 선정됐다. 선조부터 터전을 지켜온 해당지역 주민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다.

경북개발공사는 불가피하게 소중한 삶의 터전을 잃게 된 주민들의 상실감을 달래기 위해 소중한 추억을 담은 책자를 제작하기로 하고 지난해 6월부터 주민들을 만나 관련자료를 수집했다.

앨범제작에는 동화작가 박채현 씨와 수필가 김이랑 씨 등이 참석해 단순히 옛 사진만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감성적인 사연까지 담아내고자 노력했다.

이런 노력과 1년 6개월이란 제작기간을 걸쳐 탄생한 앨범이 바로 '버드내 사람들'이다.

경상북도개발공사가 제작한 경산 여천동 고향앨범
경상북도개발공사가 제작한 경산 여천동 고향앨범 '버드내 사람들'의 표지 모습. 김영진 기자

'버드내'는 냇가에 버드나무가 많이 있다고 해 불린 여천동의 옛 지명이다.

앨범은 여천동에 대한 소개로 시작되며, 시인이자 주민 김기한 씨가 쓴 고향찬가도 실려 있다.

'시원스레 뚫린 길을 따라 더 가까워진 고향마을/ 전통과 실용이 더해졌으니 자손은 세상의 중심이 되리라/ 언제라도 달려오면 와락 안아주는 버드내, 여천/ 산수 좋고 인심 좋은 내 고향이라네.'

이와 함께 앨범에는 김경숙, 김경화, 김기한, 김상곤, 김상술, 김웅, 김옥이, 김진달, 김진하, 김진해, 정영환, 정한태 씨 등 12명 주민과 김녕김씨 충의공파 치형공계종중과 안동권씨 복야공파 서주공계 세윤종중의 이야기가 담겼다.

완성된 앨범은 지난 13일 주민들에게 전달됐다.

안종록 경북개발공사 사장은 "이 한 권의 책으로 주민들의 상실감을 대신하기에는 부족하겠지만, 그분들의 소중한 추억을 정성으로 담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한편, 버드내 사람들 앨범은 지역민들이 다 같이 공유할 수 있도록 경산시청과 주민센터에도 전달됐다. 경북개발공사는 지역을 떠난 이주민 가운데 앨범이 필요한 이들을 대상으로 보상팀(054-650-3091~6)으로 연락하면 책자를 우편으로 발송해 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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