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기관 '차량 2부제'에 불법주차 빼곡…실효성 있나?

시행 1개월 맞은 공공기관 '차량 상시 2부제' 논란
상시 2부제 도입됐지만 주차장 이용만 막는 수준

30일 대구 동구 신서혁신도시 내 공터에 차량이 뻬곡히 주차돼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30일 대구 동구 신서혁신도시 내 공터에 차량이 뻬곡히 주차돼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지난달 30일 오전 8시 30분쯤 대구 동구 신서혁신도시. 4천㎡쯤 되는 넓은 공터에 승용차 여러 대가 줄지어 들어오더니 차례대로 주차하기 시작했다. 바닥에 주차선 하나 그려져 있지 않은 공터였지만 모두 익숙한 듯 주차를 하고는 발길을 옮겼다.

오전 10시쯤 해당 공터에 주차된 차량을 세어보니 모두 121대였는데, 이 가운데 81대의 번호판 끝자리는 '홀수'였다. 이날은 '공공기관 상시 차량 2부제'에 따라 끝자리가 짝수인 차량만 운행이 가능했다.

한 공공기관 직원은 "신서혁신도시가 대구 도심에서 먼 데다 대중교통편도 마땅찮아 출퇴근에 승용차를 주로 이용하는 직원이 많다"며 "2부제 운행으로 회사 주차장 진입이 불가능한 경우 인근 공터에 주차한 뒤 출근하는 이들이 상당수"라고 털어놨다.

30일 대구 동구 신서혁신도시 내 공터와 도로에 차량이 뻬곡히 주차돼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30일 대구 동구 신서혁신도시 내 공터와 도로에 차량이 뻬곡히 주차돼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정부가 미세먼지 계절관리제에 따라 지난달부터 도입한 공공기관 상시 차량 2부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높다. 단순히 공공기관 내 주차를 금지하는 수준에만 머물러 있는 데다, 이마저도 일부 기관에만 적용돼 실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미세먼지가 심한 기간 공공기관 상시 2부제를 비롯한 '계절관리제'를 도입하는 내용이 담긴 '미세먼지 고농도 시기 대응 특별대책'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대구시도 지난해 12월부터 오는 3월 말까지 4개월 간 지역 내 행정·공공기관 공용 차량과 근무자의 자가용 차량을 대상으로 상시 2부제를 시행 중이다. 하루는 홀수, 하루는 짝수 차량만 운행이 가능하다.

30일 대구 동구 신서혁신도시 한 공공기관 주차장에
30일 대구 동구 신서혁신도시 한 공공기관 주차장에 '미세먼지 상시 2부제' 시행을 알리는 팻말이 서 있다. 김근우 기자

그러나 이같은 대책이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일방적 희생만 강요할 뿐, 실제 대기 중 미세먼지를 줄이는 효과는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 한 공공기관 직원은 "계절관리제가 시작된 뒤 청사 주변 불법주차만 크게 늘어났다. 수도권처럼 전 지역에 대중교통망이 있는 것도 아닌데 단순히 주차만 못하게 만든다고 승용차를 이용하지 않을꺼라 생각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인근 지역 불법주차를 막기 위해 하루 2차례 이상 옥외 주차장과 주변 도로를 단속하도록 하고 있다"며 "공공기관이 선도적으로 솔선수범을 한다는 차원에서 2부제 도입이 이뤄졌고, 시행 결과에 대해 매달 성과를 확인하고 있다. 앞으로 더욱 관심을 갖고 이어나갈 방침"이라고 했다.

국가기후환경회의 한 관계자는 "공공기관 차량만이 아닌 지역 전체에 대해 부제를 시행하면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면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2~3일 이상 내려질 경우 도시 전체에 부제를 내리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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