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무인단말기 전성시대? 디지털 약자들 "현기증 나요"

대구 패스트푸드 매장, 대형마트 등에 키오스크 시스템 속속 자리잡아
노인층 등 디지털 노출 적은 이용자들, 키오스크 공포증으로 이어지기도

12일 낮 1시쯤 대구 수성구의 한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50대 남성이 무인정보단말기, 이른바 키오스크를 이용해 음식 주문을 시도하고 있다. 김근우 기자 gnu@imaeil.com
12일 낮 1시쯤 대구 수성구의 한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50대 남성이 무인정보단말기, 이른바 키오스크를 이용해 음식 주문을 시도하고 있다. 김근우 기자 gnu@imaeil.com

무인정보단말기, 이른바 키오스크 전성시대가 되면서 노인 계층 등 디지털 약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절감을 위한 비대면 키오스크 운영이 증가하고 있지만 디지털 약자들이 넘기엔 높은 문턱인 탓이다.

12일 오전 11시 대구 수성구의 한 패스트푸드 매장에는 휴일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나온 가족들로 북적였다. 2층 규모의 이 패스트푸드점에 있는 키오스크는 모두 3대. 단박에 주문을 마치는 이들도 있었지만 이들은 대개 20대 이하 젊은 층이었다.

불필요한 대면 접촉이나 대기 시간을 줄여줄 거라는 기대감에 설치된 키오스크는, 그러나, 디지털 약자에겐 공포의 문턱이었다. 가족과 함께 이곳을 찾은 A(54) 씨는 키오스크를 몇 번 터치하다 결국 카운터로 향했다. A씨는 "화면을 누르다 안 돼 점원에게 직접 주문하러 갔다. 이번이 첫 시도는 아닌데 또 실패했다"며 "뒤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눈치도 보이고 작동에도 서툴러 방법이 없다. 키오스크 공포증이 생길 정도"라고 했다.

키오스크 공포증을 겪는 이들은 A씨뿐만이 아니었다. 이 매장에는 줄을 기다려서라도 카운터에 있는 점원에게 직접 주문을 하는 고객이 더 많았다. 키오스크가 설치된 매장에 갈 때마다 카운터 점원에게 직행한다는 B(59) 씨는 "키오스크 화면을 보면 현기증부터 난다"고 했다. 한 화면에 지나치게 많은 상품들이 나열돼 있는데다 부가 옵션 등 거쳐야할 단계가 많아 즉각적인 선택이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디지털 약자들은 시간과 비용을 더 들이는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대면 창구 이용을 선호한다. 사용법을 숙지하지 못해 이용이 번거롭고 '빨리 빨리' 선택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디지털 약자들의 불편 호소가 이어지고 있지만 키오스크를 활용한 결제 시스템은 확장일로다. 대형마트에서도 키오스크를 이용한 자율 결제가 대세가 되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점원이 옆에 붙어 다니면서 안내를 해주는 것조차 거부감을 느끼는 젊은 분들이 많다. 이런 트렌드에 따라 키오스크가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한 패스트푸드 체인점 관계자도 "고객들이 줄 서는 시간을 줄이고 편하게 이용하도록 키오스크를 보급 중이다. 키오스크 사용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카운터도 계속 남겨두고 있다"고 했다.

※키오스크: 터치스크린 방식의 정보전달 시스템인 무인단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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