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부모와 함께 나누고픈 북&톡] 첫 번째가 아닌 일에 마음 내는 연습

서로의 크고 작은 도약을 축하하고 준비하는, 리듬감 있는 시간이 이어지는 계절입니다. 우리는 필연적으로 세상과 유기적 관계를 맺고 조화를 이루며 삶을 가꿔가야 하는 존재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단순한 진리 앞에서 수시로 겸손함을 잃곤 해온 것이 아닌지 돌아봅니다.

◆ 세상에서 두 번째로 신기한 일

이성실의
이성실의 '세상에서 두 번째로 신기한 일' 표지.

학교가 공간을 단장하느라 분주합니다. 아이들이 학교라는 공간 자체를 행복한 곳으로 여길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입니다. 학교도서관에 '세상에서 두 번째로 신나는 곳'이라는 LED 네온 간판을 설치했습니다. 반짝반짝한 간판을 보는 이마다 왜 첫 번째가 아니고 두 번째인지 호기심을 갖곤 합니다.

이 간판의 모티브는 이성실 작가의 그림책 '세상에서 두 번째로 신기한 일'에 있습니다. 책은 생일날 아침을 맞은 지후를 깨우는 엄마의 목소리로 시작됩니다.

엄마는 지후에게 엄마가 겨울잠 잘 때 태어난 아기 곰의 이야기를 전하며 세상에서 두 번째로 신기한 일이라 전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새끼 늑대, 뱀장어, 두꺼비, 벌, 돌고래, 고슴도치, 제비 등의 이야기도 함께 합니다.

지후의 엄마는 새끼가 위험에 처하면 꼭 안아주는 고슴도치의 이야기도 그저 세상에서 두 번째로 신기한 일이라고만 합니다. 그렇다면 세상에서 첫 번째로 신기한 일은 무엇일까요?

책 속에서는 세상에서 첫 번째로 신기한 일이 바로 지후가 태어나 자라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합니다. 그뿐 아니라 세상에서 첫 번째로 놀라운 일, 소중하고 고마운 일이라고 표현합니다.

부모라면 모두가 마음 깊은 곳이 뭉클할 정도로 공감할 이야기입니다. 너무나 따뜻한 삽화를 담고 있어 누군가의 생일 선물로도, 아이에게 읽어주기도 안성맞춤인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 책은 여기서 끝이 아니라 한 장 더 이어집니다. 세상 모든 동물들은 다들 신기한 탄생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모두들 힘들게 태어났고, 엄마가 소중히 품어 안전하게 자라도록 애쓴다고 전합니다. 우리에게 첫 번째가 너무도 소중한 만큼 두 번째의 소중함도 잊지 않도록 부드럽고 따스하게 경종을 울립니다.

◆ 도시에 온 새 생명의 탄생을 알리는 종이 있는 도서관

조금주의
조금주의 '우리가 몰랐던 세상의 도서관들' 표지.

덴마크 제2의 도시인 오르후스에는 '도켄1'이라 불리는 도서관이 있습니다. '우리가 몰랐던 세상의 도서관들'의 저자 조금주는 이곳을 상세히 소개합니다. 도켄1은 '부두 1번지'라는 뜻으로, 항구도시인 오르후스의 특징을 담고 있습니다.

도켄1의 2층과 3층을 연결하는 내부 계단 근처, 천장 채광창 아래에는 매우 큰 종이 걸려 있습니다. 이는 덴마크의 예술가 키르스티네 로엡스토르프의 작품 '공'입니다.

오르후스 대학병원 산부인과 분만실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가 병원에 설치된 버튼을 누릅니다. 그 신호가 도서관으로 전해지면서 '공'의 소리가 도켄1 전체에 울려 퍼집니다. 종소리가 들리면 사람들은 발걸음을 멈추거나 하던 일을 중단하고서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축하합니다.

이 작품이 설치된 도서관이 시민의 삶과 얼마나 밀접하게 운영될지는 너무나 명확합니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을 접하며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다른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갖는다는 게 매우 값집니다.

이러한 작품의 가치와 함께 작품의 설치 장소가 참여와 공유의 공간인 도서관이라는 점은 이 작품이 가진 가치 확산에 큰 상승 작용을 할 것입니다. 도서관에서 종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그 작품은 살아 있는 책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것입니다.

자신에게는 세상에서 첫 번째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기꺼이 마음을 내어 축복을 전하는 순간이 반복되는 삶. 참 멋집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가끔은 세상에서 첫 번째로 소중한 일에조차 그 소중함을 잊을 때가 빈번한 우리입니다. 두 번째로 소중한 것들에 대해서도 다르지 않습니다.

세상에서 두 번째쯤으로는 충분히 소중한 것들에 대해서도 마음을 내는 연습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첫 번째로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말이지요. 또 그런 연습을 자녀, 가족과도 함께 이어가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결코 답답하게 갇혀서 살아갈 수는 없는 유기체이기 때문입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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