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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大공포' 인적 끊긴 대구… 심리적 봉쇄 시작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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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직장 때문에 밖으로 나와 "집에만 있고 싶어"

20일 오후 대구의 중심 도로인 국채보상로에 차량이 없어 한산한 모습이다. 이날 대구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오며 시민들은 다중이용 시설의 출입이나 외출을 삼가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20일 오후 대구의 중심 도로인 국채보상로에 차량이 없어 한산한 모습이다. 이날 대구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오며 시민들은 다중이용 시설의 출입이나 외출을 삼가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서울에 사는 직장인 A(32) 씨는 최근 20~21일로 예정된 대구 출장을 취소했다. 해외 바이어와 연계된 중요한 일정이었지만 회사가 A씨의 대구행을 적극 만류했다. A씨는 "업무에 다소 차질이 생기더라도 대구는 위험하니 가선 안 된다는 게 회사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3년 만에 고향인 대구를 찾으려고 했던 호주 시드니 유학생 B(28) 씨도 300호주달러의 위약금을 감수하고 21일로 예정됐던 항공권을 취소했다. 코로나19 여파가 세계적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괜한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며 가족들이 말렸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지역에서 연일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오면서 대구경북이 고립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대구경북을 거친 사람들을 감염병 의심 환자 취급하는 사례가 늘면서 물리적인 봉쇄는 이뤄지지 않았아도 심리적인 봉쇄는 이미 시작됐다는 지적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대구 북구 매천동 농산물도매시장에 일부 중도매인이 영업을 중단하고 물건을 모두 빼낸 가운데 20일 오후 방역요원들이 긴급 방역을 벌이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대구 북구 매천동 농산물도매시장에 일부 중도매인이 영업을 중단하고 물건을 모두 빼낸 가운데 20일 오후 방역요원들이 긴급 방역을 벌이고 있다.

◆인적 끊긴 거리

코로나19 확진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난 20일 대구지역 거리 곳곳에는 인적이 뚝 끊겼다. 이날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은 다소 위축된 표정이었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 삼성화재 사옥 인근에서 만난 C(38) 씨 부부는 "어젯밤에 딸 유치원에서 '휴원한다'는 문자가 날라왔는데 정말 막막하고 무서웠다. 일이 아니면 당장 아이와 함께 집에만 있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동대구역과 가까운 신세계백화점도 사정은 마찬가지. 쇼핑객 대부분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유명 코스메틱 브랜드가 대거 입점된 1층은 평소와 달리 한산하기만 했다. 판매직원 D(30) 씨는 "화장품을 직접 써보고 발색 등을 꼼꼼히 확인하는 손님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평소에 쓰던 것을 그냥 달라는 손님들이 대부분이고 손님들도 확 줄었다"고 말했다.

동대구역은 평소라면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대야할 대합실이 텅텅 비었다. 이곳에서 만난 환경미화원은 "목·금·토요일은 대합실이 가득 차는데 지금은 절반도 안된다"고 설명했다.

대중교통 이용도 눈에 띄게 줄었다. 택시기사들은 울상이다. 택시기사 E(60) 씨는 "오늘 새벽 4시부터 나왔는데 매출 4만2천원이 고작이다. 평소보다 절반이나 줄었다"며 "시민들이 밖으로 나와야 택시를 타는데 밖에 사람이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오랜만에 이어진 포근한 날씨도 무용지물. 동성로는 유동인구가 거의 없어 한기마저 돌았다. 길에서 만난 대부분의 시민들은 코로나19 확진자에 촉각을 세웠다. 이들은 볼일만 보고 바로 집으로 들어갈 예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F(25) 씨는 "중요한 약속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왔는데 오늘은 최대한 빨리 집에 들어갈 예정이다. 밖에서 아무것도 하기 싫다"고 말했다. G(20) 씨는 "성형수술 후 상태 점검차 병원을 꼭 와야해서 나왔다"며 "확진자가 수십명인데 동선파악이 안 돼 그냥 포기했다"면서 한숨을 쉬었다.

20일 오후 1시쯤 방문한 서문시장 상가 입구는 손님들이 뚝 끊긴채 한산하다. 상인들은 마스크를 쓴 채 손님들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주형 기자
20일 오후 1시쯤 방문한 서문시장 상가 입구는 손님들이 뚝 끊긴채 한산하다. 상인들은 마스크를 쓴 채 손님들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주형 기자

◆오는 사람도 가는 사람도 느끼는 막연한 두려움

전국적으로도 대구경북을 거쳐간 시민들을 감염병 의심환자 취급하는 사례는 잇따르고 있다. 이날 오후 동대구역에서 만난 한 군인은 "복귀하는 동안 철저하게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했다. 부대에 도착하면 격리될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전했다.

부산에 사는 C(29) 씨도 최근 대구를 방문했다는 이유만으로 회사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C씨는 "회사에서 대구 방문 이력을 물어서 지난 주말 대구에 있는 친구집에 방문했다고 했더니 대구 어디 어디를 갔다왔는지 꼬치꼬치 캐묻고, 그 친구가 신천지교인일지도 모른다며 주의를 당부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대구경북의 초유의 전염병 대유행 공포는 지역 사람들이 타지역으로 나가는 것도 꺼리게 만들었다. 울산에 사는 주말 부부인 직장인 D(43) 씨는 "이번주는 대구에서 계속 머무를 생각이다. 6살 아들에게 혹시나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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