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도 대남병원 환자들, 전문의료기관으로 빨리 옮겨야"

한계 다다른 '코로나19' 코호트 격리…1인 1실로 관리 권장하지만 다인실 생활
의료진 사이서도 불안 커져…정신질환자 많아 이송 난항

26일 청도 대남병원에서 의료진들이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119구급차에 태우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26일 청도 대남병원에서 의료진들이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119구급차에 태우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경북 청도 대남병원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망자가 속출하자 코호트(Cohort·동일집단) 격리를 언제까지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일고 있다. 의료장비와 인력이 턱없이 부족, 추가 사망자 발생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환자들이 보다 나은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오후 대남병원에서 10여 명의 환자가 경찰과 소방의 안내를 받으며 다른 의료 기관으로 이송되는 모습이 포착됐다. 기존에 이송된 26명에 더해 추가 이송이 계속해서 이뤄지는 모습이었다.

청도군청에 따르면 지난 25일 대남병원에서 강남성심병원으로 이송된 확진자가 사망했으며 코로나 19 국내 사망자 12명 중 58%(7명)가 대남병원 정신병동 입원환자 중 발생했다. 같은 날 오후 10시 기준 대남병원에 남아 있는 확진자는 79명이며 이 중 중증환자도 다수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은 현재 5층 정신병동에서 2층으로 이송·격리됐다.

코호트 격리는 원칙적으로 한 장소에서 같은 질병에 걸린 환자를 1인 1실에 준하는 격리 상태로 관리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남병원의 사정은 일반 병동의 환자와 비슷한 수준이다. 대남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기존 확진자들이 모여 있던 5층은 바닥에서 생활하는 온돌방 형태고, 최근 이송된 2층 또한 6인실 등 다인실 위주인 것으로 파악됐다.

대남병원은 입장문을 통해 "열악한 병원 내부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환자 처치 및 치료, 방역, 오염된 물건 처리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열악한 군(郡) 단위 병원의 시설, 인력에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아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26일 청도 대남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정신병동 입원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버스에 태우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26일 청도 대남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정신병동 입원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버스에 태우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내부에서도 감염 등 우려도 터져나오고 있다.

코호트 격리 사흘 째(24일)까지 대남병원에 머물던 관계자는 "상황이 열악하다. 의료진 사이에서도 감염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영성 대구동산병원장은 "대남병원 확진자 대부분은 기저 질환이 있고 고령이라 사망률이 높다"며 "치료 시설을 옮겨야 할 필요가 있지만 나라 전체에 음압 병동 등 시설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상의해 (전문의료기관으로의 이송 체계 마련에 대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측도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이 코로나19 확진자에게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기에 적합한 공간인지 우려된다"며 "최대한 빨리 환자를 적절한 치료기관으로 이송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방역당국은 대남병원 확진자를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나 대부분이 정신질환자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저하고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코호트 격리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었다"며 "정신질환이 있는 분들이라 폐쇄병동이면서 격리가 가능한 시설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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