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식물'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식물이 개나 고양이처럼 애교를 부리지는 않지만 말없이 항상 옆에 있어주는 것 만으로도 은근한 위로를 받는다. 바쁜 일상 속 시간에 치여 신경을 잘 못 써도 한 자리에서 묵묵히 커나가는 것을 보면 새삼스럽게 기특하기도 하다.
식물로 실내를 꾸미는 플랜테리어 역시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미세먼지, 월세에 살아도 내 공간은 내가 꾸민다는 셀프 인테리어 열풍과 맞물려 각광받는다.
기자는 식물을 좋아하지만, 워낙 잘 죽여 '식물 암살자'로 지인들에게 악명높았다. 까다롭지 않고 조금은 무관심해도 알아서 잘 커 주는 식물을 찾다보니 결론은 선인장이었다.
선인장도 모양을 예쁘게 키우려면 손이 많이 간다. 하지만 다른 식물들에 비하면 관리가 그렇게 까다롭지 않은 편이다. 척박한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한 이들은 집사가 한 달간 집을 비워도 끄떡없다. 자리 차지가 많지 않아 좁은 공간에서도 산뜻하게 키울 수 있고. 공기정화 효과는 물론 공간에 독특한 분위기를 더해주니 인테리어 효과는 덤이다.
구석구석 돋친 가시가 마치 내 마음을 보는 것 같지만 알고보면 무탈한 성격. 봄을 맞아 조금은 무관심해도 괜찮은 선인장을 키워보는 것은 어떨까.

◆ 상상을 뛰어넘는 다양함
굵은 가시가 삐죽 돋은, 하늘 위로는 이글대는 태양. 선인장 하면 가장 상징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다. 실제 대부분의 선인장은 건조한 지역에서 자라고 원산지도 아메리카 대륙에 집중적으로 분포한다. 하지만 이들은 식물계에서 가장 많은 종속을 가진 식물로 200속 이상 5천 종 이상이 있다고 알려졌다. 선인장의 큰 범위인 다육식물로 확대하면 1만 5천 종이 넘어선다.
다육식물은 사막이나 높은 산과 같이 건조한 환경에서 생존하도록 줄기, 잎 그리고 뿌리에 많은 양의 수분을 저장할 수 있게 진화했다. 선인장도 다육식물의 한 범주에 속하지만, 이 둘을 구분하는 것은 주로 가시, 가시 자리의 유무다.
워낙 종류가 다양하다 보니 길쭉한 기둥형부터 오각형, 산호, 투구, 심지어는 생선 지느러미와 동물의 꼬리처럼 생긴 것도 있다. '왜 이렇게 생겼을까?' 호기심이 절로 생길 정도로 생김새의 다채로움은 다른 식물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대표적으로 인기 있는 선인장을 몇 가지만 나열해 봤다.

▷용신목
두툼한 몸통 옆으로 튀어나온 자구(팔)의 모습이 마치 앙증맞은 두 팔을 벌리는 아이의 모습을 연상시켜 '양팔 선인장'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는 선인장이다. 취급점이 많아 구하기도 쉽고 작은 것은 가격도 1~2만원 내외로 적당하다. 용신목은 자구의 모양, 자구의 개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밀집모자를 씌우면 영락없는 사람같아 귀여움이 폭발하지만 모자가 생장점이 햇빛을 받는 것을 방해할 수도 있어 장기간 모자를 씌우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근위주
용신목과 비슷한 기둥형 선인장이지만 이쑤시개를 연상시키는 크고 긴 가시가 극단적으로 돋쳐 있어 자칫 찔리기라도 하면 큰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접근하기 어렵지만, 가시의 상징적인 매력에 손가락에 구멍이 날 각오를 하면서도 가꾸는 애호가들이 많다.

▷청산호
대가 굵은 선인장들도 큰 인기를 구가하지만 청산호는 여리 여리 한 느낌으로 최근 들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학명은 '오이포르비아 티루칼리'지만 보통 청산호, 청기린 등으로 불린다. '연필 선인장'이라는 애칭과 다르게 사실 다육식물이다. 선녹색의 가지가 사방팔방 뻗어가는 모습이 식물 줄기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가지의 형태가 그대로 유지되면서 가늘게 자라기 때문에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인기를 얻고 있다.

▷ 난봉옥
곳곳에 있는 하얀 점이 별을 연상해 유성류라고도 부르는데 동그란 모양새에 각이 잡혀 있어 서양에서는 '주교의 모자'라고 불린다. 원형, 사각형. 오각형 등 다양한 모양에 색과 무늬도 천차만별이다. 매년 4~5월이면 탐스러운 노란색을 꽃을 피워 집사를 흐뭇하게 한다.

▷접목선인장
선인장과 선인장 두 개의 선인장을 이어붙인 접목선인장은 전통적인 하훼 강국 네덜란드와 미국에도 수출할 정도로 한국의 특산 원예작물로 자리 잡았다. 대형 선인장 중 큰 인기를 구가하는 밍크선인장 역시 귀면각, 백섬철화 두 종류를 접목해 만들었다. 다채로운 모양을 만들 수 있고 선인장의 성장속도를 올려두는 것은 접목 선인장의 큰 장점이지만 생장 특성 상 수명이 길지 않다는 단점도 있다.

◆ 우주를 여행하는 기분
마다가스카르, 케냐 등 아프리카와 인도양 등지에서 주로 서식하는 괴근식물도 최근 빠르게 인기를 얻고 있다. 덩어리 괴(塊)에 뿌리 근(根), 몸통과 줄기가 한 덩어리로 이뤄진 다육식물을 일컫는 이 식물은 우주생물을 연상시킬 정도로 생김새가 독특할뿐더러, 희귀종도 많고, 대량 번식이 안 돼 하나하나 채집이 필요하거나 품종보호를 위해 일체의 수출이 금지되는 종류도 있다.
통칭 '아프리카 식물'로 시장에 유통 중인 괴근식물은 품종이 대다수가 '헉' 할 만큼 거액에 거래돼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다. 아프리카 식물은 몸통과 줄기에 수분을 저장해 뿌리가 많이 나지 않는다. 몸에 꼭 맞는 화분에 심어 실내를 장식하면 압도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그락실리우스', '파키푸스'. '호름벤세' ,'자빌리' 등 이름마저 낯설지만 독특한 식물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며 취급점도 조금씩 늘고 있다.

◆ 초보자에게 어울리는 선인장은?
선인장의 생김새가 제각각인 만큼 내 마음에 드는 선인장을 고르는 것을 추천한다. 애정이 커야 더 많은 관심을 줄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처음 선인장을 키우다 보면 열심히 키웠는데 귀여웠던 모습은 사라지고 삐죽삐죽 제멋대로 큰 모습을 보고 실망할 때가 있다. '웃자람'이라고도 불리는 이 현상은 특히 기둥 선인장에서 자주 보인다. 햇빛이 충분치 않은 환경에서 선인장이 자라면서 얇아져 우스꽝스럽게 크는 것을 말한다. 햇빛이나 통풍이 어려운 곳에서 키워야 한다면 웃자람이 덜한 원형 선인장을 고르는 것을 추천한다.

선인장의 종류와 생김새가 천차만별인 것처럼 가격도 제각각인데 희귀하거나 크기가 큰 것은 5~10만원을 우습게 넘기기도 한다. 첫 분양이라면 너무 고가의 선인장을 선택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먼저 키워보고 감을 잡고 나서 좀 더 비싼 것으로 도전해봐도 된다. 식물 집사를 결정했다면 어차피 화분 하나가 두 개가 되고, 두 개가 세 개가 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 키우기 어렵지 않지만 관심이 필요해요
척박한 환경에서 잘 자라는 선인장이라 하더라도 최소한의 생존 조건에 못 미치면 무름병에 걸리거나 말라서 비틀어져 죽고 만다. 사실 선인장도 예쁘게 키우려면 손이 많이 간다.
이 중 적절한 토양과 물주기, 햇빛과 통풍은 선인장의 삶에 필수적인 요소다. 사람에겐 익숙한 실내가 선인장엔 최고로 척박한 환경일 수 있음을 곱씹어보자.
적어도 하루 4시간 정도는 직·간접적인 햇빛을 받을 수 있거나 통풍이 잘 통하는 곳에서 키우기를 추천한다. 단 햇빛을 충분히 받지 못한 선인장이 단기간에 걸쳐 너무 오랫동안 직사광선을 쬐면 화상에 걸릴 수도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기자는 하얀색 선인장 3개를 키우는데 일광욕을 하라고 밖에 내놓았다가 선인장이 타버린 적이 있다.

물은 봄·가을철에는 한 달에 한 번이 적당하다. 화분 받침대에 물을 부어 밑으로부터 뿌리가 수분을 빨아들이도록 하는 저면관수 방법과 화분 테두리를 따라 흠뻑 주는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화분에 나무 젓가락을 넣어보고 물기가 느껴지지 않으면 물을 주면 된다. 하지만 성장상태, 주위환경에 따라 물 주기는 달라질 수 있어 평소 선인장을 관찰해야 한다. 물이 필요한 선인장은 말랑말랑해지거나 쭈글쭈글해지는 등 티를 낸다. 물을 자주 주면 선인장이 홀쭉하게 자라기도 한다. 통통하게 키우고 싶다면 조금더 엄격하게 물을 줘야 한다.
장마철에는 충분히 대기 중에 습도가 높아서 자제해야 한다. 휴면기에 들어가는 겨울철에도 조심해야 한다. 기온이 내려가는 이 시기에 선인장이 수분을 너무 많이 흡수하면 동사하기 좋은 조건이 된다.
햇빛과 물도 중요하지만 선인장이 뿌리를 내리고 사는 토양도 신경써야 한다. 특히 화분에 선인장을 심는다면 2년에 한 번씩은 분갈이를 해줘야 한다. 너무 오래 분갈이를 안 하면 뿌리 생장에도 안 좋지만 선인장이 잘 안 큰다. 선인장 생육에 최적화된 용토는 따로 없으나 물 빠짐이 좋은 마사토와 상토 등이 많이 사용된다.
◆ 공기정화 식물, 전자파 차단 효과는 글쎄요
선인장의 공기정화 효과는 사실이다. 특히 선인장이 밤에 이산화탄소를 효과적으로 빨아들인다는 연구결과가 다수 있다. 대다수의 선인장은 CAM 식물에 속하는데 이 식물의 특징은 낮에는 기공을 닫고 밤에 기공을 열어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저장했다가 다시 낮이 되면 저장했던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광합성을 하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는 선인장은 밤이 되면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고 낮에 산소를 배출한다. 그러나 키워보니 선인장 몇 개로 실내 공기가 극적이게 좋아지지는 않음을 경험했다. 결국, 공기정화는 플러스 알파일 뿐. 공기청정기급 기능을 기대하기엔 지나치다.

하지만 선인장의 전자파 차단효과는 근거가 없다. 수년 간에 걸쳐 대학 연구기관, 언론 등에서 여러차례 실험을 통해 근거가 없다는 사실이 보도됐지만 여전히 선인장이 전자파 차단 효과가 크다는 속설이 있다. 최근 워낙 공기정화식물이 각광받는 탓에 많은 소비자들이 식물의 기능성에 집중하는 탓일까.
전자파 차단할 것이라는 애꿎은 기대에 빛과 바람 한줌 안 통하는 시커먼 TV옆에 자리잡은 선인장을 많이 본다. 먼지가 쌓인 채 서서히 말라가는 이들을 애도한다.

◆ 선인장이 공간에 주는 활력 느껴보세요
서울·경기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는 대규모 선인장 농가나 취급점을 찾기 어렵지 않지만 대구는 수성구 연호동, 동구 불로동 등 전문 하훼단지 내에서도 선인장 특화 농원은 소수에 불과하다.
이 중 불로동 하훼단지 내에 있는 '오케이 선인장 홈 데코'는 대구·경북에서 가장 큰 규모의 선인장 도매농원 중 한 곳이다. 선인장, 다육식물은 물론, 희귀한 아프리카 식물까지 종류만 따지면 대구 최대 규모에 농장에서 직접 기르는 선인장들도 많아 상태가 좋은 편이다. 이 곳 고객의 70% 이상이 꽃집, 카페, 인터리어 종사자 등 소매상들이다.
도매 농원이지만 개인 구매, 분갈이도 가능하고 소매점 대비 20~30%이상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장점이 많다.
'개인 소비자를 상대하는 소매상이 장사가 잘 되어야 결국 나 같은 도매상도 살아남는다'며 알려지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한사코 인터뷰를 마다하던 최성우 대표는 "지난 2017년 농원을 열었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이제 농장 운영 4년차지만 수십년간 화분 도매업을 했던 그는 한평생 식물을 가까이서 지켜본 식물광이다. 우연한 기회에 입문한 선인장의 세계에 흠뻑 빠져 지금도 5일에 한번 선인장을 찾아 전국을 누빈다.
최 대표는 "처음 선인장 전문 농원을 열었을 때만 해도 주위의 우려와 만류가 더 많았다"고 했다. 대구 하훼업자들에게 선인장은 꽃, 나무 등 다양한 구색 중 하나였지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업체 자체가 드물었던 것.

그는 "처음에는 거래처가 하나도 없어 대구에서 전국의 농원과 무역상을 찾아다녀야 했다"며 "조금씩 입소문이 나면서 지금은 대구·경북은 물론 제주도, 충청도 강원도에서도 찾아온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까맣게 잊고 있다가 무심코 쳐다본 선인장이 화사한 꽃을 피우고 있을 때 문득 매력 다시금 느끼게 된다"며 "많은 분들이 선인장의 매력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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