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대구, 재난에서 부활을 위한 설계'를 대주제로 한 '코로나19 이후 지역사회의 변화를 전망하다' 2차 토론회가 19일 대구청년센터 상상홀에서 열렸다.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와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대구경북연구원, 대구혁신포럼, (사)대구사회연구소가 공동으로 마련한 이번 토론회는 모두 3차례에 걸쳐 진행할 계획이다. 3차 토론회는 이달 26일 오후 6시 같은 장소에서 '재난대응 거버넌스체계 점검'을 주제로 개최한다.
이날 2차 토론회는 코로나19가 촉발한 경제위기와 각종 갈등 속에서 앞으로의 사회를 진단하고,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전환시키는 실마리를 찾고자 '지역경제의 재난복원력과 변화 전망'이라는 주제를 정했다.
박병춘 계명대 교수가 좌장을 맡았고, 김재훈 대구대 교수, 표한영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임규채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 송영조 한국정보화진흥원 박사가 각각 발제를, 장재호 대구경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영창 와장창TV 대표, 김희철 대구대 IT 융합학부 교수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 "전 지구적 차원의 감염병으로 불확실성 고조"
이날 첫 발제에 나선 김재훈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는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의 저서 '위험사회'가 현재 코로나19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말문을 열었다. 근대부터 현대까지 고도화된 산업사회로의 급진적인 발전이 지구 환경의 파괴를 초래하고 인류 전반을 위협하는 위험사회에서는 코로나19와 같은 미증유의 전염병을 포함해 인간의 인식 범위를 벗어나 통제할 수 없고, 책임 소재도 불분명한 리스크(위험)들이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추세가 '도대체 무엇을 모르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상황' '예측이 불가능해 나중에 돌이켜보고 설명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극단적인 충격이 몰려올 수 있는 상황'이라는 맥킨지의 3월 보고서를 인용하며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유례없이 극대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기후변화와 허리케인 카트리나, 남아시아 지진해일, 동일본대지진 등 자연재해는 물론 사스·신종플루·에볼라·메르스 등 국지적인 감염병 역시 지속적으로 이어졌지만 코로나19처럼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는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세계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나눠지고 지금까지 운영되어 온 경제적 사회적 질서의 재구조화의 신호탄이 될 것" 이라며 "한국은 발 빠른 방역 대책에 성장률 감소 전망이 주요 국가에 비해 낮지만 수출비중이 높은 경제구조 상 해외경제의 혼란을 그대로 견뎌야 하는 구조. 특히 자동차 수출액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자동차부품 비중이 높은 지역경제는 계속해서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전통적인 지역 주력 산업에서 다른 분야로의 진출·이전 준비가 필요하고, 지역 단위 상공회의소와 대학 간 협력, 테크노 파크,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대구·경북 전 산업 위축, 올 연말 반등 어려울 듯"
지난 2월 코로나19 확진자 집단발생 이후 큰 타격을 받았던 대구경제는 여전히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소비심리, 수출액, 지역 주력업종 생산, 고용, 관광업 등 지역 경제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가운데 올해말까지 쉽사리 반등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했다.

임규채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인한 대구경북 경제타격에 대해 "높은 소상공인 비중의 대구경북 실물경제가 쪼그라들면서 실업대란의 가능성마저 고조된다"고 경고했다.
임 위원은 "코로나19 영향력이 6월까지 지속될 경우 대구지역 제조업 부가가치 감소액만 1조5천526억원에 이를 것으로 본다"며 "취업자는 전년 동기 대비 11만5천명 감소, 대구 명목GRDP(지역내총생산)는 10.8%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연구원이 BC카드 대구지역 매출액 데이터 120만개 추출한 결과 지난 2월 대구지역 도매 및 소매업은 17.5%, 숙박 및 음식점업은 28.3%, 교육서비스 36.8%, 예술 스포츠 및 여가관련 산업은 39%가 하락했다. 생활밀착형 서비스업 매출은 코로나 확진 첫 주(2월 4번째 주) 40.5% 급락하더니 11주 연속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임 위원은 "대구지역 기업 86.9%가 코로나19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금융위기 수준과 비슷하거나 더 나쁘다고 느끼고 있다"며 "국내외의 경제 환경 변화와 지역경제 영향을 고려하면 지역기업 생존과 일자리 유지, 코로나19 이전으로 신속한 경제회복, 넥스트 노멀 산업 선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빚만 늘리는 재정지원, 소상공인 문제 악화시킬 수도"

표한형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자영업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대구의 경제구조적 취약성을 언급했다. 대구뿐만 아니라 국내 자영업자 비중은 1998년 38.4%를 최고치를 기록한 후 지속적으로 감소(2018년 25.1%)하고 있으나 여전히 OECD 평균(2017년 15.5%)을 크게 상회한다는 것.
표 위원은 "정부는 높은 자영업자 비중을 두고 경제정책(성장)과 사회정책(보호·생산적 복지)를 혼용하며 방향 설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소상공인 자금 지원 수단인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지역신보 보증잔액 추이는 지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지속적으로 늘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상공인에 대한 융자 및 보증자금의 대폭 확대는 이미 포화상태인 자영업종에 대해 회전문식 생계형 창업을 방조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재정지원이 오히려 소상공인을 대거 양산시키고, 이에 따른 폐업과 영세화를 더욱 심화시킨다는 분석이다.
특히 표 위원은 "정부가 코로나19 이후 소상공인 지원 대책으로 대규모 재정정책을 추진 중이지만 코로나19 이전의 소상공인 지원 대책과 큰 변화가 없다. 실업급여 확대 등 사회안전망의 확충으로 무분별한 생계형 창업을 억제하고 과당경쟁을 피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일자리창출, 최저임금 인상과 같은 생산적 복지보다 보편적 복지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표 위원은 "우리나라는 높은 자영업자 비중과 더불어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 비중은 2016년 기준 10.4%로 35개 OECD회원국 중 34위를 차지할 만큼 낮다"면서 "결국 빚만 쌓이는 단순 재정지원이 아니라 생계형 창업을 억제하고 준비된 창업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창업 지원책을 연계해야한다"고 주장했다.
◆ "팬데믹이 직장과 주거 패턴을 바꾼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코로나19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뉴노멀 시대를 넘어 '넥스트 뉴노멀' 시대로의 이동에 기폭제 역할을 하며 언택트 기반의 산업변화, 산업과 주거의 사이버 의존성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송영조 한국정보화진흥원 박사는 '팬데믹 이후 직주공간의 변화와 전망'이라는 발제에서 "도시화는 주거공간과 도시공간을 이분화 했고 공간이 배분 확장되며 도시는 성장을 했지만 결국 공유지의 비극을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공유지의 비극은 주인이 따로 없는 공동 방목장에선 농부들이 경쟁적으로 더 많은 소를 끌고 나오는 것이 이득이므로 그 결과 방목장은 곧 황폐화되고 만다는 걸 경고하는 개념으로 무책임한 이기주의를 비판하거나 공동체적 가치를 역설한다.
송 박사는 "코로나19 이후 집과 일터, 기능적으로 배분된 공간 등 기존 도시가 갖던 특징을 빠르게 탈피하게 될 것"이라며 "스마트기기 보급, 데이터, 인공지능, 블록체인, 증강현실 등의 기술발전이 직주(직장+주거)공간의 가상화, 스마트시티 개발 등 사회적 공간을 변화시키고 사람들의 공동체 의식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송 박사는 "코로나19 이후 사회는 강력한 정부의 등장, 데이터주권에 대한 재인식, 안전한 공동체를 열망하는 시민의식의 변화 등의 현상이 나타나겠지만, 구글·아마존· 우버 등 일부 기업의 데이터플랫폼 독점, 사라지는 일자리와 확대하는 빈부격차에 따른 사회융화 문제 등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종합토론
이날 종합토론에는 박병춘 계명대 교수를 좌장으로 장재호 대구경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영창 와장창TV 대표, 김희철 대구대 교수가 참석했다.
장 선임위원은 "코로나19 사태는 국내외 경제산업 환경과 소비행태에 많은 변화를 초래했다"며 "지역에서는 기업 생존을 위한 단기적 지원정책과 함께 중장기적인 변화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세계화의 진전으로 20세기 초부터 글로벌 대기업은 비용절감을 위해 생산과정을 나눠 가장 효율적인 국가에 배치하는 글로벌 가치사슬 구축을 확대했다. 중국은 지난 30년간 세계 생산의 중심지 역할을 했지만 글로벌 대기업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도 정상 작동이 가능한 '신뢰성 높은 공급망 보유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대구는 지역 내 창업 및 산업구조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전 세계적 글로벌 밸류체인의 변화에 맞춰 지역산업과 연계한 글로벌 공급망에 편입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지역경제의 돌파구"라고 강조했다.
조영창 와장창TV 대표는 "대구와 경북은 감염병으로 인한 특별재난지역에 처음 선포되었지만 정작 대구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실질적인 지원책은 없다"며 "대구지역 취업자 감소비율이 전국평균의 3배가 넘는 상황에서 소상공인 생존자금 요건조차 못 갖추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희철 대구대 교수는 "코로나19가 현대의학과 방역체계를 무력화하는 잔인한 바이러스이면서, 특히 종식 시기를 알 수 없는 불확실성으로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코로나19 이후의 사회적 대응기조는 생활방역에 기반한 채 이전 삶의 모습으로 복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교수는 "코로나19가 세계적 연대보다는 자국중심주의 경향을 더 부추길 것이다"며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은 여전히 치열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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