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사람들이 질문을 한다. 작곡을 하고, 그것을 업으로 삼고 사는 일이 즐거운지, 안정적인 공무원이나 회사원을 생각해본 적은 있는지 말이다. 직업에 있어서 무엇이 더 낫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난 내 삶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늘 같은 질문에 같은 대답을 하게 된다.
매일 스케줄이 다른 나는 하루를 마무리 하는 저녁에 다이어리를 꺼내 해야 할 일을 적는다. 내일 안에 다 못하다는 걸 알면서도 욕심을 잔뜩 내 가득 적어 내려간 후, 무엇을 먼저 처리하고 어떤 일이 더 중요한지를 따져 색깔이 있는 펜으로 밑줄까지 긋는다. 근데 이 밑줄을 긋고 일의 중요도를 따져보면 중요하지 않은 일이 하나도 없다. 무슨 일이든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라 치부하고 고집 부려보지만 마음은 그게 아니란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은 주어진 삶의 권리와 의무로 생각할 수 있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이 다를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구나 이 질문에서의 긴 방황을 경험했으리라 생각한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만 하는 일이 균형을 이루었을 때가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세상에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사는 사람이 정말 있을까? 오히려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해야만 하는 일을 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대다수일 것이다.
중학교 2학년부터 전공을 해온 나에게 작곡은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보통 어릴 때부터 음악을 하는 전공자는 다른 일을 돌아볼 겨를도 없이 그 길만을 걸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나 역시 그랬던 것 같다. 갈등과 시련의 연속이기도 하고, 가슴 뛰고 떨림이 가득한 시간들이기도 하고, 때로는 엄청난 두려움이 날 엄습하기도 했다. 아침에 일어나 새로운 하루를 생각하는 설레는 가슴이, 저녁 잠자리에 들쯤이면 피로와 갈등, 상처로 범벅이 돼 하고 싶은 일이 하고 싶지도 않은 일이 돼 있기도 했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해야 하는 일을 해오다보니 하고 싶은 일이 되어 있었고, 그런 내가 되기까지 가장 중요했던 것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였다.
무언가 새롭게 하고 싶은 일을 개척하기란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그래도 사람들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모험을 하고, 실패를 하고, 다시 일어섬을 반복한다. 그러한 반복 속에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이 하나로 합쳐지도록 묶는 것이 우리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의무가 아닐까. 가야만 할 귀중한 삶의 길에서 너무 많은 고민으로 때를 놓칠 바에는 도전해보자. 새로움을 찾아가도 좋고, 해야만 하는 일을 하고 싶은 일이 되도록 기다려도 좋다. 시행착오를 겪을 각오만 되어 있다면, 완벽한 내일을 위해 조금은 부족한 오늘로부터 시작하는 것,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뿐이라면, 까짓거 해보자!
나의 위치와 일이 바뀌더라도 그 시행착오 속에 얻은 나의 경험치는 그대로 남아 있을테고, 그 경험치가 또 다른 하고 싶은 일로 데려다 줄 것이고, 그것 하나로도 모든 것을 걸어 노력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박성미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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