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방송이 공중파TV 등 기성방송의 틀마저 뒤흔드는 지금은 1인 미디어의 시대다. 이 중 유튜브는 관광지와 특산물, 행정소식 등을 알려야 하는 지방자치단체의 홍보·마케팅수단으로도 주목 받고 있다. 이미 전국 대부분 지방자치단체는 앞다투어 유튜브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 부산 등 대도시의 구독자 수가 많을 것 같지만, 온라인 반응이 꼭 시·도별 인구에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것도 흥미롭다. 어느 자치단체든 규모와 상관없이 아이디어 하나로 진검승부를 펼칠 수 있는 것.
이중 충북 충주시는 이미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지자체 '유튜브 맛집'이다. 위계질서가 뚜렷한 공직사회에서는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운 파격적인 영상이 큰 인기를 누리는 가운데 수달 공무원 '충주씨'도 화제 몰이를 하고 있다.
충주시 농업정책국 농정과에서 운영 중인 충주씨 채널은 '우주 최초의 수달 공무원'을 내세워 수달이 충주시 농산물을 홍보한다. 지난해 12월 30일 공개한 충주사과홍보송 '사과하십쇼'로 대박을 터트렸다. 해당 영상은 지방자치단체의 영상물 중에서는 이례적으로 40만뷰 이상을 기록하며 구독자 2만명을 넘어섰다.
충주씨 영상과 관련 누리꾼들 찬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우스갯소리나마 대구와 경북이 묻히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감 섞인 농담도 나오고 있다. 충주씨 영상의 핵심코드인 수달과 사과가 각각 대구·경북과 연관이 큰 아이콘인 탓이다. 매일신문 디지털국이 '사과 파는 수달' 충주씨를 분석해 봤다.

◆ 확 젊어진 지자체 농산물 홍보 영상
충주씨의 사과홍보송은 동음이의어인 '사과'를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지난해 8월 부산의 한 기초의회 본회의장에서 단체장과 기초의원이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며 4시간여 동안 500번이 넘는 사과요구 승강이를 벌여 논란이 일었던 바로 그 유명한 영상을 활용한 것. 충주씨는 이를 통해'사과하십쇼. 사과사십쇼','정중한 사과', '사과가 자격이 있어야지' 등의 후렴구를 만들어냈다.
귀에 꽂히는 전자음악과 중독성 강한 음성, 수달 충주씨의 익살스러운 춤과 영상효과를 보다보면 어느새 동영상이 끝날정도로 몰입감이 강하다. '내가 지금 뭘 본거지'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저절로 '충주사과'가 머릿속에 각인된다.
사과와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을 이용해 자연스런 흐름을 만들어낸 것도 특징이다. '자격증은 에듀윌, 자격증 따려면 건강해야 한다. 건강한 충주사과, 충주사과는 자격이 있다', '4월은 과학의 달, 4월엔 과학하십쇼. 4(월)과(학), 4과, 이과가십쇼, 뉴턴도 사과 떨어지는 것 보고 과학했다. 과학 하면 사과.'등 사과 광고하면 으레 있어야 할 것 같은 천혜의 기후조건, 친환경 재배방식, 맛과 당도 등등 어떤 부연설명도 없다.
맥락 없는 영상 전개가 당황스러울만도 한데 누리꾼의 반응은 열광적이다. '방심하다 허를 찔렸다', '허리디스크라 누워서 치료받고 있는데 리듬을 타버렸다','학창시절에도 못 배운 지역 특산물을 21세기에 강제주입당하고 있다', '대체 충주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등 댓글이 이어졌다.
옥수수, 복숭아, 고구마 등 충주의 온갖 농작물 영상을 선보이는 충주씨에 타 시·군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충주 고구마 영상에 유명 고구마 생산지 전라남도 해남군청 유튜브 공식계정은 '고구마는 해남. 해남 고구마!'라며 절규하는 댓글을 달았다. 처절한 외침에도 누리꾼들은 '해남군 귀여워'라고 쿨하게 반응한다.

◆ 천편일률적인 농산물 홍보 "다르게 하니 통했다"
"거의 모든 지자체가 농산물을 홍보할 때 깨끗한 자연, 정성 등을 강조합니다. 천펼일률적인 홍보로는 충주시 농산물이 눈길을 사로잡을 수 없다는 고민에서 시작됐습니다."충주시는 지난해 12월 공식 유튜브 계정 '충주시'를 두고 농정과에서 따로 관리하는 농산물 홍보 전문 채널 '충주씨'를 추가로 개설했다. 이어 충주시의 다양한 농산물을 효율적으로 홍보하고자 수달 공무원 콘셉트를 개발했다.
충주씨가 파는 충주사과는 온라인에서의 화제뿐만 아니라 실제 충주사과 선호도 상승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충주씨는 올해 초부터 다수 홈쇼핑에 출연해 충주사과 완판을 기록하기도 했다.
충주시는 인기에 힘입어 올 하반기에는 충주시 농산물 공식 쇼핑몰을 개설하고 충주씨 굿즈, 포장지 등을 활용해 충주사과, 복숭아, 밤 등 농산물을 판매할 예정이다. 충주시 농정과 관계자는"본격적인 농작물 출하기가 가을이라 아직 유튜브 영상의 효과를 수치화하기는 어렵지만, 구매문의와 요청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영상 운영의 비결을 물어오는 자치단체도 많다"고 밝혔다.

충주시는 앞서 EBS 펭수의 인기를 보고 캐릭터를 선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왜 하필 수달일까. 남녀노소 좋아한다는 점에 집중했다. 충주씨 관계자는 "캐릭터 인식이 워낙 주관적이다 보니 어떤 것을 해도 호불호가 나뉜다"며 "오래 고민한 끝에 수달로 정했다. 이 과정에서 대구시도 수달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개발 중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밝혔다.
이어 "새로운 홍보 방법을 고민하다가 마침 부산지역의 모 기초단체장의 '사과' 논란이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젊은 세대가 정치를 심각하게만 바라보지 않고 풍자의 대상으로 소비하는 점에 착안해 풍자를 가미한 영상을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충주씨도 경북 사과의 위상을 인정했지만 앞으로의 농산물은 차별화되는 홍보가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충주씨 관계자는 "중장년층만 해도 경북능금, 대구능금 등 농작물 앞에 지역을 꼭 붙인다"며 "과거 기술적 한계로 특정지역의 특산품으로 과일이 생산됐다면 요즘 세대는 사시사철 즐길 수 있다보니 꼭 산지의 우수성과 연관짓는 홍보방식을 고집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고 밝혔다. 사과 소비층의 세대전환에 앞서 변화한 소비층의 입맛에 맞는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것.

◆경북 사과 홍보 조금 더 젊어져야
충주씨에 대구·경북 주민들도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나 대구 토박인데 충주사과 인정', '우리가족이 안동에서 농사 짓는데 충주사과 사 먹어야 할 것 같아' 등의 칭찬 댓글이 쏟아졌다. 개중에는 위기감이 가득한 댓글도 눈에 띈다. 한 누리꾼은 '사과하면 대구. 능금꽃 피는 정다운 곳','사과는 경북이지','청송사과도 참 맛있는데' 등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오늘날 국내에서 주로 재배·소비되는 사과품종은 대구·경북과 특히 인연이 깊다. 대구는 비록 주산지의 지위를 내줬지만, 개화기 서양 선교사를 통해 들어온 서양 사과나무가 재배돼 지역 특산품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시간이 흐르며 사과 재배지는 북상했지만 그 명맥은 경북도가 이어받았다.
통계청 과실생산량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경북도는 도내 사과 재배 면적 1만9천462헥타르에 33만8천85톤으로 국내 전체 생산량의 63.16%를 차지하고 있다. 경북도는 명실상부한 전국 최대 사과 생산지의 명성을 1980년대 이후 단 한 차례도 내준 적이 없다.
전국 1위의 명성에 걸맞게 경북도청과 경북 각 시군에서도 홍보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경북도는 지난 2014년부터 도내 농산물 통합 브랜드화 작업을 통해 도내 생산 농산물 규모를 키우고 마케팅 창구 통합에 성공했다. 아울러 과수 통합상표 '데일리(daily)'를 론칭했는데 최근 5년간 과수생산액이 연 75% 이상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실제 2014년 1천324억원이던 경북도 과수생산액은 지난해 5천4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도내 시·군이 통합 참여하는 수도권 홍보 행사도 매년 열린다. 경북도청은 올해도 오는 10월~11일 중으로 15개 사과 주산지 시·군과 함께 대도시 소비지 내에서 홍보행사, 시식회, 현지판매 등을 계획하고 있다.

시·군별 특화 마케팅도 활발하다. 특히 경북 안동시는 지난 1999년 방한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과의 인연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당시 '가장 한국적인 곳'을 보고 싶다며 안동을 찾은 여왕에 이어 지난해 여왕의 방한 20주년을 맞아 차남 앤드루 왕자도 안동을 찾았기 때문이다.
안동농협은 이미 지난 2016년 영국왕실의 이미지를 입힌 자체상표 '에이플 사과(여왕의 사과)'를 개발해 고급화 전략을 추구했다. 안동농협은 에이플로 지역농협 공판장 최초로 1천400억원 매출을 달성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다만, 서구사회에서도 꾸준히 추락하는 왕실 지지도와 군주제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이어지는 만큼 신세대 공략에는 빈틈이 있다는 아쉬움도 있다.

경북 청송군은 윤경희 청송군수의 발로 뛰는 사과 홍보로 유명하다. 군수가 직접 서울,경기 지역 관광지, 야구장, 마트 등을 찾아 사과를 나눠주면서 사과 홍보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 청송사과의 질적 개선 시도도 꾸준한데 청송사과는 지난 5월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시상식에서 8년 연속 사과 부문 대상을 차지한 데 이어 군수가 직접 엄격한 청송사과 품질을 인증하는 품질 보증제까지 운영할 계획이다.

◆충주르(chungjur) 충주씨! 대구경북도 기대해주세요
매일신문 디지털국 취재결과 대구시청과 경북도청도 충주씨의 인기를 인지하고 분석하고 있었다. 경북도청 대변인실 관계자는 "충주씨 영상이 핫(hot)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광역자치단체·지자체 유튜브 흥행 코드는 얼마나 신선하면서도 공공기관스럽지 않게 만드는 것이 관건인데 충주시가 굉장히 강점을 보인다"고 말했다.
경북도청 역시 공식 유튜브 채널 '보이소TV'가 구독자 7만여명을 기록하는 등 자치단체 유튜브 강자 중 하나다. 경북도청 대변인실 관계자는 "보이소 TV는 도내 관광지와 특산물 등을 중심으로 홍보하고 있는데 충주씨와 마찬가지로 기발한 영상, 공공기관답지 않은 새로운 아이디어로 신선함을 주려고 노력한다. 앞으로는 사과 등 도내 농산물도 재미있게 홍보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자연상태인 충주호에 서식하는 '충주씨'와 인구 4위 규모의 대구 도심에 사는 '달수(달구벌 수달)'는 같은 수달이지만 다른 서식환경을 기반으로 다른 감성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달수는 도시수달인 만큼 '물산업선도도시'를 표방하는 대구 도심의 친환경성을 부각한다는 것.
현재 수달을 공식 캐릭터로 사용하고 있는 지자체는 강원도 인제군이다. 하지만 한국전역에 분포·관찰되는 수달이 특정 자치단체만의 특징 동물은 아니라 수달 캐릭터가 지속적으로 나오는 것.
대구시 홍보브랜드담당관실 관계자는 "대구 역시 공식마스코트는 따로 있지만 수달관련 캐릭터 개발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수년전부터 관련 이모티콘을 개발해 시민 반응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 자치단체간 경쟁이 아니라 각 도시에 맞는 캐릭터로 발전시키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도 있다고 생각한다. 도심 속 깨끗한 환경을 대표하는 달수도 많이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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