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를 잡을 때 흙탕물을 일으켜 놀래면 잡기가 쉽다. 혼탁한 물에서는 고기가 방향을 잘 분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를 '혼수모어'(混水摸魚)라고 표현하는데 흐린 물에서 고기를 더듬어 찾는다는 뜻이다. 군사를 위장시켜 원소의 군량 창고를 기습한 조조(曹操)의 계략에서 비롯한 한자성어로 상대를 혼란에 빠뜨려 이익을 취할 때 쓰는 말이다.
북측의 개성공단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를 계기로 한반도 주변 국제 정세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흙탕물로 바뀌고 있다. 2018년 4~5월, 9월 등 세 차례 열린 남북 정상회담과 싱가포르·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으로 조금씩 호전되던 분위기가 급변한 것이다. 최근 앞뒤 분간하지 못하는 북측의 난폭한 행동의 근본 배경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북한의 경제적 압박 등 내부 불만이 커지자 초점을 밖으로 돌려 풀어보려는 우회 전략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최근 탈북자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온 북측은 연일 우리 정부를 비난하고 "응징 보복"을 외치고 있다. 예고한 대로 1천200만 장 규모의 대남 전단 살포 계획을 조만간 실행할 것이라는 게 국내 언론의 보도다. 대북 전단과 달리 대남 전단 살포의 효과는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공연히 우리에게 쓰레기만 안기는 짓이다.
그럼에도 북측이 큰 비용을 들여 전단을 뿌리려는 것은 안으로 내부 결집의 목적에다 어려운 경제 사정의 원인을 한국 정부에 돌리고 분풀이를 하는 정치 공세라고 할 수 있다. 언론을 통해 드러난 전단 인쇄물 내용을 보면 문재인 대통령 사진 위에 담배꽁초를 던져 놓는 등 한마디로 유치하기 이를 데 없다.
미국과 일본 정부의 최근 움직임도 달갑지 않은 일이다. 코로나19 부실 대응으로 궁지에 몰린 일본 아베 정권은 한반도 긴장 상황을 빌미 삼아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와 불순한 의도를 내비치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독일 주둔 미군 9천500명 감축 발표에 이어 '주한미군 방위비 인상'을 계속 고집하는 것도 전형적인 '혼수모어'다. 상대를 흔들어 제 이익을 챙기는 것은 말릴 수 없는 일이지만 그 의도가 뻔히 드러날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더 크다. 본디 빈 깡통이 요란하고, 겁먹은 개가 시끄럽게 짖는 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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