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농가 경영위기, 이 또한 지나가리라!

최병윤 한국농어촌공사 경북지역본부 본부장

최병윤 한국농어촌공사 경북지역본부장
최병윤 한국농어촌공사 경북지역본부장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 away) 어느 날 다윗 왕이 반지가 하나 갖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반지 세공사를 불러 승리를 거두고 너무 기쁠 때에는 교만하지 않게 하고, 절망에 빠지고 시련에 처했을 때는 용기를 줄 수 있는 글귀를 넣은 아름다운 반지를 하나 만들라고 했다. 좀처럼 두 가지 의미를 지닌 좋은 글귀가 떠오르지 않은 세공사는 다윗의 아들 지혜의 왕 솔로몬에게 지혜를 구하게 되는데, 솔로몬이 잠시 생각한 후 전한 말이 바로 '이 또한 지나가리라'이다.

오곡백과 무르익는 추수의 계절이 왔지만 풍성해야 할 농업인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이상기후로 수확을 앞둔 농가들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긴 장마와 집중호우로 병해충이 늘어 쌀 수확량 감소도 예상된다. 연이은 태풍으로 수확을 앞두고 있던 과수농가는 낙과 피해까지 입어 농가의 시름은 더욱 깊어진 상황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농가 및 어가 경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농가소득은 4천118만원으로 2018년 4천206만원에 비해 2.1% 감소했다. 농가소득 오름세가 꺾인 것은 2016년 이후 3년 만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농사를 짓기 위해 쓴 돈은 2천417만원으로 2018년보다 5.9% 증가했고, 농가부채도 3천572만원으로 전년 대비 7.4% 증가해 농가의 경제적 어려움은 가중되었다.

예상할 수 없는 위기 요인은 늘 우리 농가의 경영을 위협하고 이는 다시 농가부채로 돌아오는 악순환의 반복,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농어촌공사는 경영회생 지원사업을 적극 실시하고 있다.

경영회생 지원사업은 자연재해, 부채 등으로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부채 농가의 농지를 공사가 매입해 그 매각대금으로 농가부채를 갚도록 하고, 농지를 해당 농가가 임차하여 경작하면서 농가 경영이 정상화될 때 환매해 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사업 신청 대상은 최근 3년 이내 한해·수해 등 농업 재해로 인한 연간 피해율이 50% 이상인 농업인과 금융기관 또는 공공기관에 대한 부채가 3천만원 이상인 농업인이다. 지원 한도는 부채 금액 한도 내 매입을 원칙으로 농업인은 10억원, 농업법인은 15억원까지 지원한다. 매입 대상은 공부상 지목이 전, 답, 과수원인 농지와 유리온실, 축사 등 농지에 부속된 농업용 시설이며 감정평가 금액으로 매입한다.

또한 공사 농지은행이 매입한 농지는 그 농지를 판 농업인이 7년간 임차할 수 있고 평가를 통해 3년 연장이 가능해 최장 10년간 농업경영을 계속할 수 있다. 임대 기간 만료 후 농업인이 농지를 환매할 때는 감정평가 금액과 연리 3%의 정책 이자율 중 낮은 가격으로 다시 사 갈 수 있어 부채가 많은 농가의 회생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경북지역본부는 2006년부터 시작된 경영회생 지원사업으로 지난해까지 1천666농가에 3천491억원을 지원해 대구경북의 경영 위기 농가의 경영 정상화를 추진해 왔다. 올해는 10월 현재까지 목표 427억원의 91%인 387억원을 집행했으며 연말까지 사업비 전액 집행을 완료할 예정이다.

열심히 영농에 종사하다가 예기치 않은 경영 위기를 맞은 농가의 어려움도 경영회생 지원사업과 함께라면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공사가 추진하는 경영회생 지원사업이 더 많은 농가에 꿈과 희망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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