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돼지 내장과 꽃상여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서종철 논설위원
서종철 논설위원

때아니게 백화(百花)가 만발이다. 수은주가 영하로 곤두박질친 차가운 날씨인데도 꽃다발과 꽃바구니가 길 위를 도배하듯 수놓고 종이꽃 상여가 칼바람 몰아친 을씨년스러운 거리를 맴돌고 있어서다. 2020년 초겨울, 한국의 이색 풍경이다.

28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앞에는 '근조'(謹弔) 현수막과 꽃상여를 앞세운 집회가 벌어졌다.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 정지 사태에 항의하는 집회다. 자유연대 등 몇몇 보수 시민단체들은 사상 초유의 사태를 부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규탄했다. 이들이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는 꽃상여가 대변한다. 지난 22일부터 자유연대가 법무부 청사 앞에 세운 근조 화환만도 370여 개에 이른다.

이에 질세라 법무부 현관 앞에는 꽃다발과 꽃바구니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또 추 장관 집무실 복도 양편에 줄 이은 꽃바구니 사진이 SNS에 올라오기도 했다. 검찰총장의 직무를 정지시킨 추 장관을 응원하는 '꽃의 향연'과 '꽃의 시위'가 팽팽하게 맞선 것이다. 추-윤의 대립이 격화할수록 '꽃바구니 배달 운동'도 열기를 더해갈 것임은 분명하다.

전조는 연초부터 있었다. 검찰 간부 인사를 놓고 법무부와 검찰이 마찰하면서 보수단체들이 대검찰청 로비로 화환을 보낸 것이 시작이다. 급기야 대검찰청 앞 도로에까지 '현수막 전쟁'과 '화환 전쟁'이 전개되고, 농성 천막에다 대형 풍자 인형까지 등장하는 등 보수-진보 진영이 상대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며칠 전 대만 국회에서는 미국산 돼지·쇠고기 수입을 둘러싸고 큰 소동이 벌어졌다. 수입에 반대하는 야당 국민당 측이 양동이에 담긴 돼지 내장을 행정원장과 민진당 의원들을 향해 던지며 난투극이 벌어진 것이다. 대만은 지난 2006년부터 성장촉진제가 든 사료를 금지하고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을 막아왔다. 대만 국회의 소동은 2008년 한국의 '소 광우병 파동'을 연상케 한다.

외신의 평가대로 '대만은 소란스러운 민주주의 국가'라는 이미지에 비춰볼 때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는 '꽃의 전쟁'은 그나마 고상한 편이지만 진영 간 감정의 골이 매우 깊다는 점에서 겉보기와 다르다. 정치적 갈등 해소와 화합 없이 계속 대립각을 키운다면 그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다. 꽃의 향연 뒤에 가려진 진영 논리와 이념 싸움이 무서운 이유다.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이재명 대통령은 5일 육군사관학교에 대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고, 이에 대한 육사총동창회의 반발이 이어졌다. 총동창회는 대통령의 발언이 사...
삼성전자 '갤럭시Z 폴드8'의 역대급 사전예약에 힘입어 구미에서 열린 '2026 갤럭시 런칭 페스타 with 구미' 행사에는 200여 명이 ...
경북 지역 지자체들이 인구 방어선 유지를 위해 애쓰고 있으며, 구미시는 40만명 방어선 붕괴 위기를 겪고 있고, 고령군은 인구 3만명 회복을...
필리핀에서 중국인이 필리핀인으로 신분을 위조하여 전력망 사업에 개입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국가 안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필리핀 이민국은 로런..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