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일본의 유명 제면기계 제조사 대표가 "한반도에서 건너온 칼국수가 우동의 원조"라는 견해를 담은 책을 펴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사누키 우동으로 유명한 일본 가가와현의 사누키멘키 오카하라 유지 대표는 "흔히 승려 구가이(空海)가 9세기 무렵 중국에서 가져온 제조법이 우동의 시초라고 아는데 우동은 14세기 무로마치 시대 이후 한반도에서 전해진 면 요리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구가이가 활동한 헤이안 시대에는 우동 재료인 소금과 소맥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면서 "정확한 문헌 기록은 없으나 무로마치 시대 이후 한반도와의 교류 과정에서 칼국수가 전해지고 맷돌도 함께 보급되면서 우동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칼국수가 우동의 원형이라는 주장을 폈다.
현지 언론 보도를 통해 그의 주장이 알려지자 국내 한 음식평론가는 "우동의 칼국수 유래설은 일본 제면기의 수출을 늘리기 위한 마케팅 차원"이라고 잘라 말했다. 누구의 주장이 맞든 음식의 뿌리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최근 중국식 절임 채소인 파오차이(泡菜)가 김치의 원조라는 억지 주장이 나와 논란이 크다. 쓰촨성 메이산시 시장감독관리국의 주도로 민간단체인 국제표준화기구(ISO)를 통해 파오차이를 국제 표준으로 정하면서 "한국 김치는 파오차이의 아류로 중국이 김치 산업의 세계 표준"이라고 주장했다. ISO가 "이 식품 규격에 '김치'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분명히 밝혔는데도 엉뚱한 소리를 한 것이다.
이에 세계김치연구소는 "김치와 파오차이는 별개"라며 "김치는 이미 2001년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 국제 규격으로 공인된 한국 식품"이라고 일축했다. 영국 BBC방송도 그제 "김치와 파오차이는 다르다"며 한·중 문화 갈등 양상을 보도했다.
최근 중국산 김치 수입 등 김치 위상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정부가 올해부터 11월 22일을 '김치의 날'로 정해 '김치 주권'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하지만 흔하디 흔한 절임 채소인 파오차이를 김치에 견주고 '중국 원조설'까지 내뱉는 것은 가당치 않은 소리다. 김치의 국제적 위상이 높다 보니 남의 떡이 커 보이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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