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9시 40분쯤 홀몸노인과 노숙인을 위한 무료 급식소인 대구 중구 요셉의집. 자원봉사자들이 배식을 위해 바깥에 탁자를 설치하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영하 2~3℃의 추위에도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순식간에 줄을 섰다. 이들은 두꺼운 옷을 껴입고 몸을 움츠린 채 순서를 기다렸다.
배식을 받고자 선 줄은 5분도 채 되지 않아 교동길을 메웠다. 이들은 바람막이 하나 없이 서서 발을 동동 굴렀고, 장갑이 없는 사람은 손을 호주머니에 넣고 떨었다. 순서가 돼 검은색 봉지 안에 든 카레도시락을 손에 쥔 사람들은 연방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이날 280인분의 도시락은 30분 만에 동이 났다. 긴 줄을 기다렸지만 도시락을 받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컵라면과 초코파이, 두유 등을 나눠줬지만 이조차 받지 못한 이들은 아쉬움을 달래며 발길을 돌렸다.
쪽방에 사는 박모(77) 씨는 "코로나 때문에 다른 급식소가 문을 닫으면서 이곳으로 많이 몰린다"며 "혹시나 도시락을 받지 못할까봐 꼭두새벽부터 나와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재유행에 한파까지 겹친 가운데 홀몸노인과 노숙인들은 배고픔을 이겨내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서는 등 힘겨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감염병으로 무료급식소가 줄어든 탓에 대기 줄은 더 길어지고, 허탕을 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3일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의 무료 급식소 48곳 중 18곳은 코로나 확산 우려로 문을 닫았다. 나머지 30곳 중 3곳도 최근 연말연시 방역강화 특별대책으로 또다시 문을 닫았다. 27곳만이 도시락 전달 등 대체급식을 하고 있다.
요셉의집을 30여년간 운영하고 있는 권 아가다 수녀(60)는 "코로나가 터지기 이전에는 200~220인분을 준비했지만, 지금은 감염 우려로 여러 급식소가 중단돼 280인분까지 준비하고 있다"며 "이것도 부족해 300인분까지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이곳에는 대구역과 반월당역 인근 노숙인들뿐만 아니라 달서구 두류공원과 성서 지역의 노숙인들도 찾아오기 때문이다.
권 수녀는 "5인 이상 집합금지 권고 조치 이후 새벽부터 나오는 사람들에게 오전 9시 이후부터 기다려달라고 당부하지만, 배식을 받지 못할까 일찍부터 기다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며 "도시락 개수는 정해져 있어 가슴 아프다. 코로나 위기로 최근 후원금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했다.
이날 동구 망우당공원에서도 무료 도시락 배부가 있었다. 13년째 매주 곽재우 장군 동상 앞에서 도시락을 나눠주는 이시우(57) 사회복지회 행복한동행 대표는 "소고기 국밥, 김밥, 유부초밥 등 되도록 따뜻한 음식을 나누려고 한다"고 했다.
이어 "70~80대의 할아버지, 할머니도 많이 오시지만 최근에는 30~40대의 젊은 노숙인들도 온다"며 "못 받는 사람이 없게 최대한 충분히 준비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곳은 매주 금, 토 이틀간 운영하다 6년 전부터 재정 문제로 토요일에만 급식을 운영하고 있다. 하루 평균 320여 명의 사람들이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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