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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 강평 고소 발언 논란 인하대... 교수 2차 사과로 일단락

인하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2차로 올린 사과문.
인하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2차로 올린 사과문.

무성의한 사과문으로 재차 논란이 됐던 인하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가 교수의 재사과문을 올리며 부정 강의평가 작성자 고소 협박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 들었다. 이 교수는 익명으로 부정적인 강의 평가를 올린 학생을 색출 시도하며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고 했다가 도마 위에 올랐었다.

3일 오후 10시 30분쯤 인하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수강생 전용 게시판에는 '수강생 여러분들께'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박모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작성한 이 글에는 "이전 사과문이 부족했음을 인정하고 부족한 사과문이 불러온 더 큰 실망과 혼란을 바로잡고자 재사과문을 쓴다"며 "금번 사태와 관련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내용이 적혔다.

또한 "수업의 공지사항과 단톡방에서의 모든 일련의 과정이 학생들에게 색출의 과정으로 느껴졌을 수 있음을 충분히 인정한다. 이로 인해 학생들이 느꼈을 두려움에 대해 진심으로 미안하다. 다시 한 번 공지 사항과 단톡방에서의 색출 과정 및 법적 조치 언급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 더불어 늦은 시각까지 운영된 단톡방이 학생들에게 피로감을 준 부분에 대해서도 사과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 사과문은 이번 사태 당사자인 교수의 2차 사과문이다. 이 교수는 단문의 1차 사과문을 올린 바 있었다. 하지만 무성의하다는 반응과 함께 교내 여론이 더욱 악화되자 2차 사과문을 올려 진화에 나선 것이었다.

이 사건의 시작은 지난달 28일쯤으로 돌아간다. 대학교 커뮤니티 어플리케이션 '에브리타임'의 인하대 강의평가란에는 박모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에 대한 강의 평가가 올라왔다. 욕설 없이 교수의 강의 시간 엄수 여부와 강의 태도, 토론 자세 등이 담긴 평가글이었다.

문제는 이 글이 같은 과 학생들의 호응을 얻자 학과 차원의 고소 협박이 있었다는 점이었다. 28일 인하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는 과 차원으로 "학교 교수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이 인터넷 게시판에서 발견됐다"며 "삭제 후 사과하지 않을 경우 법적 조치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는 글을 공지했다.

이 사실이 알려진 뒤 학생들과 학과 비상대책위원회가 들고 일어났다. 단식 투쟁까지 가겠다는 반응이 나왔다. 상황이 나빠지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는 지난달 30일 오후 5시 30분쯤 '사과문'이 아닌 학과장 명의의 '공고문' 글을 올려 "회의 결과 이 사건이 발생한 근본적인 이유는 소통의 부재였다"며 "소통의 부재에 대하여 사과 말씀 드린다. 학과 내부에서 앞으로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게끔 더욱 주의를 기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에 학생들은 "공고문이 아닌 제대로 된 사과문을 올리라"며 다시 반발했다. 상황이 가라앉지 않자 인하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장은 1일 오전 11시 30분쯤 장문의 재사과문을 올렸다. 학과장은 "부족한 사과문으로 발생한 잘못을 해결하고 학생 여러분께 진심 어린 사과를 드리고자 재사과문 작성을 결정했다"며 "기존 글에서 '소통의 부재'를 언급했는데 저의 무능으로 잘못된 핵심을 짚었음을 사과 드린다"고 했다.

학과장의 긴 사과문이 나온 뒤 단식 투쟁도 불사하겠다던 교내 여론은 잠잠해지는 듯 보였지만 정작 당사자인 교수의 1차 사과문이 공개되자 역풍이 불었다. 이 교수가 "공지 게시글과 단톡방 등에서 보여진 일련의 과정은 색출 의도를 가지고 진행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마음을 다친 학생들에 대해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향후에 심사숙고해서 '대응'하겠다"는 글을 올렸던 까닭이었다.

당사자인 교수의 1차 사과문이 공개되자 총학생회까지 나서며 여론은 더욱 성나게 반응했다. 전승환 총학생회장은 "단식 투쟁 철회하니 만만하다 이거지요?"라는 글을 올려 "학과장께서는 잘못을 인정하며 학생들의 요구사항이 반영된 재사과문을 작성해 줬다. 하지만 당사자인 교수의 사과문은 그야말로 수강생뿐 아니라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 모두에게 굴욕을 준 것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총장실에 항의차 방문하겠다고까지 했다.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자 교수는 2차 사과문을 올렸고 사건은 진정세에 접어 들었다.

이 사태를 지켜 본 한 인하대 학부생은 "따끔하고 혹독한 평가를 받으면 누구나 마음이 아프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통하는 법을 가르치는 교수가 법적조치 운운하며 언로를 틀어막는 건 비판받아 마땅하다. 자신을 돌아봤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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