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은 '가슴으로 아이를 낳는 일'이라고 했다. 자기 자식 키우기도 힘든 세상인데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받지 않은 아이를 친자식처럼 키우기가 어디 쉬운가. 입양아가 사춘기에 접어들면 부모가 자신과 혈연으로 연결돼 있지 않다는 상실감에 빗나가거나 친부모를 찾으려 할 수 있다. 그때도 사랑으로 껴안는 것이 입양이다.
2015년 7월 "입양한 아이를 파양하려고 한다"는 글이 국내 한 포털 사이트에 올랐다. 결혼 후 8년 동안 임신이 안 돼 두 살 난 여아를 입양했는데 3년째 아이를 키우던 중 임신이 되어 친자식이 생기고 보니 생각이 바뀌더라는 것이다. 전후 사정을 다 파악할 수는 없지만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양부모 밑에서 입양아가 행복했을 리 만무하다.
하지만 이 경우 파양(罷養)은 불가능하다. 양부모와 입양아 사이에는 자연 혈족과 동일한 권리와 의무가 존재한다. 우리나라 민법은 파양 조건을 엄격히 제한한다. ▷양부모가 양자로부터 아주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양자를 학대·유기하는 경우 ▷양부모나 양자의 생사가 3년 넘게 분명하지 않은 경우 ▷부모 자식 관계를 유지하기 힘든 중대 사유가 있을 때에만 파양이 허용된다.
하지만 입양을 너무나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는 듯하다. 나중에 친자녀가 생기자 입양아를 천덕꾸러기 취급하거나 돌보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정신적으로는 성숙하지 못하거나 부모가 될 자세가 안 된 사람이 자신의 결핍감을 채우겠다며 아이를 입양하는 순간 불행은 시작된다. 이는 아이를 애완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심지어 친자녀의 놀이 상대를 만들어 주기 위해 입양을 고려하는 사례도 있다 하니 말문이 막힐 노릇이다.
정인 양 학대 사망 사건으로 온 나라가 들끓고 있다. 눈웃음이 너무도 예쁘고 사랑스러운 16개월 아기가 겪은 반인륜적 학대 앞에서 국민 가슴도 무너져 내렸다. 어린 정인이가 받은 육체적·정신적 고통이 얼마나 컸을까. 국민적 공분을 산 사건이 대개 그렇듯 이 사건에서도 우리나라 사회 안전망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정인 양 사건은 입양 및 아동학대에 관한 법적·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점을 일깨웠다. 천국에서는 정인 양이 예쁜 반달눈 웃음 되찾기를 두 손 모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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