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부구치소발 코로나19 확산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법무부가 교도소 내 일회용 주사바늘 재사용으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구제조치 권고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교정시설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1천205명(사망자 3명)을 기록한 가운데 지난해 내내 윤석열 검찰총장과 대립각을 드러냈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정작 법무부 관할시설인 구금시설 수용자들의 '보건 인권' 보호에는 소홀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인권위에서 제출받은 '2020년도 진정 조사 현황'에 따르면 인권위는 작년 11월 2일 '구금시설 내 일회용 주삿바늘 재사용으로 인한 건강권 침해' 진정과 관련해 법무부 등에 구제조치를 권고했다.

◆ 일회용 의료용품 재사용… 인권위 진정
교도소에서 관리당국이 한 번 쓰고 버려야 할 의료용품을 수감자를 대상으로 수차례 재사용한 것.
지난해 인권위는 '당국이 교도소 수용자의 건강권을 침해했다'는 진정을 접수받고 조사한 결과 교도소의 보건 실무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11월 추 장관에게 "A교도소에 기관 주의 조치하고 전국 교도소의 일회용 의료용품 사용 실태를 점검해 재발 방지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해당 교도소장에게는 "의약품 사용과 보관 방법에 대해 재확인해 수용자 의약품 관리 업무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과 "일회용 의료용품이 재사용되지 않도록 지도감독을 철저히 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가 권고를 결정한 시점이 지난해 11월 초였다는 점도 눈에 띈다. 동부구치소에서 코로나19 최초 확진자(직원 가족)가 발생한 시기가 작년 11월 27일이었고, 이후 구치소 내 확진자가 급증한 탓이다.
비록 인권위 권고는 전국 '교도소'의 '일회용 의료용품'에 국한됐지만, 법무부가 이 권고를 신속히 전달받아 구치소 등 전국 구금시설의 마스크 활용 실태로 확대했다면 지금과 같은 사태를 예방할 수 있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권위 권고 18건 중 8건이 추미애 장관 재임시절
법무부는 교도소에 수감된 장애인에 대한 의료 대응도 부족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는 지난해 9월 '구금시설의 장애인에 대한 의료 조치 미흡' 진정을 인용했다. 인권위는 추 장관과 해당 교도소장, 황희철 대한변협법률구조재단 이사장에게서 해당 권고 조치 이행 여부에 대한 답변을 받을 예정이다.
인권위는 이를 포함해 지난해 법무부에 18건의 권고를 했는데, 이 중 8건이 추 장관 재임 시절에 진정이 제기된 것이다. 피해자에게 예민한 성폭력 사건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사건도 있었다.
성폭력 피해자A씨 측은 지난해 "성폭력 피해 조사에서 분리 조치 미흡으로 인격권과 사생활이 침해됐다"고 진정을 제출했다.
인권위는 이를 조사한 뒤 그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인권위는 지난해 9월 "교정기관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 조사 업무 수행 시 방어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보장을 위해 독립된 공간에서 관련자를 조사하도록 하는 지침을 마련해 시행하라"고 권고했다.
교도관들이 구금시설 수용자에게 "진정 신청을 취하하라"고 종용한 사건도 있었다. 수용자 C씨 측은 "교도관이 진정 취하를 요구하며 관련 서류를 작성하게 강요하는 등 괴롭혔다"는 취지의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법무부에 해당 교도관들에 대한 징계를 권고했다. 또 추 장관에게 "인권위 등에 진정을 제기한 수용자의 권리가 제한되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사례를 전파하라"고 전했다.
추 장관이 재임 1년간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공세에 몰입한 나머지 교정당국 등의 인권 보호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 의원은 "추 장관은 취임 때 교정에 있어서의 인권 가치를 구현하겠다고 했고 인권을 명분으로 '검찰개혁'을 밀어붙였다"며 "하지만 정작 본인이 관리책임자인 교정시설에서 현재 코로나19 확진자가 1천200명을 넘었다.
'윤석열 쫓아내기'에 몰입한 나머지 인권 보호를 소홀히 한 것"이라고 비판한 것. 추 장관은 지난해 1월 취임사에서 "법무부 장관은 검찰, 교정과 범죄 예방, 인권 옹호, 출입국 관리, 그 밖의 법무에 관한 사무에 최종적인 책임을 갖고 있다"며 "교정과 범죄 예방에 있어서도 인권의 가치와 법치가 현장에서 구현되는 법무 행정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동부구치소에 수용 중이었던 70대 남성 D씨가 확진 판정을 받은 후 사망했다. D씨는 이날 오전 호흡곤란을 겪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망했다. 그는 평소 고혈압 등 기저질환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동부구치소발 집단감염이 확산된 뒤 교정시설 내 확진자가 사망한 것은 D씨 등 총 3명이다. 법무부는 이날 오전 9시 기준 전국 교정시설 누적 확진자가 1205명(출소자 포함·직원 42명, 수용자 1163명)으로 전날보다 2명 늘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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