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성 1호기 원전 관련 감사원 감사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의 원전 관련 530건 자료 삭제 목록에 '북한 원전 건설 및 남북 에너지 협력' 관련 문건 파일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 산업부 공무원들 '북한 원전 추진' 자료 530건 삭제 확인
29일 검찰 등에 따르면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감사원법 위반·방실침입 혐의를 받는 A(53)씨 등 산업부 공무원들은 감사원 감사 직전 530건의 원전 관련 내부 자료를 삭제했다.
이 중에는 북한 원전 관련 자료도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돼 있다. 북쪽이라는 뜻의 '뽀요이스'(pohjois)라는 핀란드어 명의 폴더와 '북한 원전 추진' 줄임말로 읽히는 '북원추' 명의 폴더 등에는 북한 전력 인프라 구축을 위한 단계적 협력과제나 북한 전력산업 현황과 독일 통합사례 파일 등이 들어 있던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작성 날짜로 추정되는 파일 이름 숫자상으로는 '2018년 5월 2∼15일'이라고 명시돼 있는데, 이는 2018년 1차 남북정상회담과 2차 남북정상회담 사이이다.
대전지검 형사5부(이상현 부장검사)에서 진행하는 월성 원전 의혹 사건 수사 방향과는 관련성이 떨어지지만, 온라인을 중심으로는 "정부가 국내에선 탈원전하며 북한에선 원전을 추진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김종인 발언 많이 아팠나 靑 강도 높은 반발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날 해당사안과 관련해 입장문을 내자 청와대는 곧장 발끈했다. '문재인 정부가 우리나라 원전은 폐쇄하고 북한에는 원전을 지어주려했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에 "터무니 없다" 법적 조치까지 예고한 것.
김 위원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원전 게이트를 넘어 정권의 운명을 흔들 수 있는 충격적인 이적행위"라고 평가했다.
월성 원전 1호기 감사 직전 삭제한 530개 파일 목록에 '북한 원전 건설 및 남북 에너지 협력' 관련 문건 제목이 다수 발견되자 이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것
김 위원장은 "관련 내용을 보면 가히 충격과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라며 "정권과 결탁 공무원들이 삭제한 관련 문건은 집권 세력이 그토록 숨기려한 원전 조기폐쇄의 모든 것이 담긴 일종의 블랙박스와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이적행위 국기문란 프로젝트가 일부 공무원 차원이 아닌 정권 차원에서 극비리에 추진돼온 여러 정황이 드러났다"며 "문재인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소위 탈원전 정책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즉각 반발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아무리 선거를 앞두고 있다고 해도 야당 대표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혹세무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묵과할 수 없다. 김 위원장은 발언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정부는 법적조치를 포함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 최재형 감사원장 몰아세웠던 與 입장문도 못 내놔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삭제한 파일 목록 530개가 공개되자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이 난감하다.
민주당이 그동안 감사원의 감사를 "정치 감사"로 몰아세우며 최재형 감사원장을 강도높게 비판해왔다. 하지만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감사원의 감사가 정치적 목적의 감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힌 데 이어 이번 파일 목록 공개가 엎친데 덮친격이 됐다.
야권이 29일 청와대를 거론하며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지만, 민주당은 이날 당 차원의 아무런 공식 대응을 하지 않았다. 대신 개별 의원들은 다양한 반응을 내놓았다.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출신인 윤건영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정부가) 북한에 극비리에 원전을 지어주려고 했다"(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는 야권 주장을 "정치 소설의 백미"라 비판하며 "최소한 팩트는 확인하고 말씀하시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도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있었던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교류 협력사업 어디에서도 북한의 원전 건설을 추진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윤건영 의원은 지난해 11월 23일 '2018년 1차 남북정상회담 직후 산업통상자원부가 북한에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 "남북정상회담 어느 순간에도 원전의 '원'자는 없었다. 소설같은 이야기"라고 호언장담한 바 있다.
지난 15일 감사원을 향해 "정치 감사를 즉각 멈추라"는 논평을 냈던 신영대 대변인은 공소장이나 파일 목록이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것 자체가 검찰이나 감사원 등의 정치적 행위라는 주장을 펼쳤다.
신 대변인은 "지난해 감사원이 국회에 감사보고서를 제출했을 때는 삭제 파일 목록이 전혀 없었는데, 이제 이를 복구했다며 슬금슬금 흘리고 있다","재판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구체적 혐의가 담긴 검찰 공소장까지 보도됐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8월 송갑석 의원은 최재형 원장을 향해 "원전 마피아들이 했던 논리와 사고구조를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원장이 원전업계나 '탈 원전'에 반대하는 세력과 같은 인식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북한 원전 건설과 관련한 정황이 삭제 문건 목록에서 드러나자, 송 의원은 이날 "북한에 원전을 짓는다는 게, 원전 업계 입장에서는 (아예 못 짓는 것보단) 원하는 일 아닌가"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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