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16일 JTBC에서 방영된 '싱어게인'에선 "하 하이 호 러브"가 울려퍼졌다. 2003년 전국 어디에서나 들리던 노래 '러브홀릭'이었다. 밴드 러브홀릭의 보컬이었던 지선이 2016년 3월 슈가맨 이후 오랜만에 마이크를 잡은 순간이었다. 방송 직후 "예전과 달리 훨씬 쉽고 편하게 노래를 부른다"는 평이 나왔다. 실제 뭔가 달관한 목소리였다.
10일 있었던 인터뷰에서 지선은 "사람이 바뀌어서 그런 평이 나온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러브홀릭 밴드로 활동할 때 음악을 하며 겪는 인생이 너무 힘들었다. 대중에게 평가 받는 것, 유명한 선배와 함께 밴드를 한다는 것 모두 내겐 무언갈 쫓아가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난 스스로 채찍질하는 성격이라 못하면 안 된다는 강박에 시달렸다. 우울증에 대인기피증을 넘어 대인공포증까지 생길 정도였다"고 말했다.
스스로에게 혹독했던 그에게 연예계 생활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나 자신을 보듬을 여유가 없었다"며 "상처 받는 일이 많았는데 치유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한 번 무너지면 모두 다 잃을까 봐 버티지 못하겠어서 러브홀릭도 음악도 모두 중단했다"고 했다.
그에게 변화가 찾아온 건 2014년이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졌다. 아이는 그에게 전환점이 됐다.
지선은 "오랜만에 방송에 나갔더니 예전부터 알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편해졌다고 하더라. 예전에는 '말 걸지마 포스'가 너무 강했어서 말을 못 붙였다는 말까지 들었다"며 "예전에는 '말 실수라도 하면 날 어떻게 생각할까'하는 마음에 그 누구와도 대화를 거의 안 하고 살았다. 아이가 생기고 그런 게 사라졌다. 난 한 번도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 없었는데 아이가 나를 필요로 하니까 육아 과정 자체가 내겐 치유제였다. 불특정다수와의 관계도 편해졌다"고 말했다.
지선은 싱어게인 두 번째 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지선은 당시 일곱 살이었던 딸에게 "엄마가 잘하려고 했는데 못했어"라며 탈락 소식을 전했다. 이를 전해 들은 딸이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괜찮아. 최선을 다 했잖아. 나한텐 엄마가 1등이야. 내가 저기 있었으면 합격 버튼 내가 눌러줬을 거야!"

2016년 지선은 용인대 실용음악과 교수가 됐다. 이번에 싱어게인에 출연하게 된 계기도 제자들의 활로를 열어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한다. "더 늦으면 도전할 수 있는 마음 자체가 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디어에 노출되기 싫은 마음도 있었지만 제자들에게 활로를 열어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한 구석엔 진짜 '싱 어게인'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음악을 하지 않은 기간 동안 나도 나를 포기했는데 누군가가 나를 포기하지 않고 기다려 줬다는 게 늘 신기했다. 내가 아직 목소리를 잃지 않았다는 걸 들려주고 싶은 마음도 컸다"고 덧붙였다.
싱어게인 방송 뒤 이런 댓글이 달렸다. "평가해야 할 사람이 평가를 받고 있네." 가수 규현과 선미, 이해리, 송민호 등 지선보다 한참 어린 아이돌 가수가 심사위원에 포함됐던 까닭이었다.
이에 대해 지선은 "난 대한민국 아이돌에 대한 존경심이 크다. 그들이 어떤 과정과 경쟁을 버텨 저 자리까지 갔는지 곁에서 지켜 본 사람이기 때문이다. 아이돌을 보고 '만들어졌다'고 폄하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들은 만들어지려고 모든 걸 포기한 사람들"이라며 "그들의 노력과 기량에는 의심이 없다. 되레 그 친구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싶다는 기대도 있었다. 요즘 후배가 가지고 있는 감성에도 뒤떨어지지 않는 사람일까 궁금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선에겐 기타 3대가 있다. 깁슨과 그레치(Gretsch) 전기 기타, 그리고 깁슨 통기타다. 가장 아끼는 건 하얀 그레치다. 음악을 중단했을 때도 가지고 있었다. "제 아이는 음악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그는 이따금 딸과 함께 기타를 닦는다고 한다. "제가 그레치를 물려줄 거라고 말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때부터 얘가 기타를 닦을 때마다 옆에 와서 거들더라고요." 둘은 가끔 그렇게 기타를 닦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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