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지가 성하지 않아도 좋아요. 제발 오빠가 살아만 있었으면 좋겠어요"
23일 경북 포항시 구룡포항 인근 사무실.
지난 19일 경북 경주 앞바다에서 전복된 거룡호(9.77t·포항 구룡포 선적)의 선장 A(63)씨의 동생들이 초조한 마음으로 사고 상황실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매일신문 22일자 8면 등)
A씨의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서울과 부산에서 곧바로 이곳 구룡포항에 달려온 뒤 벌써 5일째 제대로 잠 한숨 자지 못했다.
여동생인 B(56)씨는 "며칠 전에 오빠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 모습이 너무 선한데 그게 마지막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너무 무섭다"면서 "해경에서는 선박에 더 이상 사람이 없다지만 예인 후 0.0001%의 가능성이라도 선박 안에서 안전히 발견됐으면 좋겠다"고 울먹였다.
가족들에 따르면 이들은 할아버지 때부터 배를 몰았던 어업인 집안이었다.
A씨 역시 20대가 되기 전부터 배를 타며 오랜시간 바다에서 생활했다.
풍랑에 잔뼈가 굵은만큼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았지만, 지금처럼 생사를 가르는 큰 사고는 처음있는 일이다.
또 다른 동생 C(61)씨는 "형과 같이 배를 탔었는데 옛날에도 배가 뒤집히는 사고가 있다. 그때는 육지가 가까워 헤엄쳐서 피신했는데 이번에도 기적처럼 형이 돌아와 함께 부등켜 안고 정말 다행이라 말하고 싶다"고 했다.

6남매이지만 이번에 사고 현장에는 4명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첫째 누나는 동생의 사고 소식에 서울에서 첫날 곧바로 내려왔지만, 말기암 수술을 위해 어쩔 수없이 서울의 병원으로 입원해야 했다.
중국에서 생활 중인 A씨의 자식도 아버지의 사고에 급하게 귀국했지만, 코로나19 자가격리로 인해 현장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매일 전화로 삼촌·이모들과 현장 소식을 전해듣고 있어도 아버지의 생환마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초조함은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B씨는 "현재 같이 배를 탔던 선원 1명이 무사히 발견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사람을 만나 우리 오빠가 어떻게 됐는지 물어보고 싶은데 너무 답답하다"면서 "장애가 있어도 좋고, 나를 알아보지 못해도 좋다. 제발 살아서만 돌아와 달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거룡호는 사고 발생 나흘째인 22일부터 예인 작업을 돌입해 꼬박 하루가 걸린 23일 오후 늦게 구룡포항 냉동창고 앞에서 육상 크레인에 의해 들어올려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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