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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희 대주교 선종 애도시]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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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희 바울로 대주교님 영전에'
이태수 시인

이문희(바울로) 대주교가 선종한 14일 대구대교구 주교좌 계산성당에 빈소가 마련돼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이문희(바울로) 대주교가 선종한 14일 대구대교구 주교좌 계산성당에 빈소가 마련돼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이태수 시인
이태수 시인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당신이 이루시던 사랑과 평화의 길을

우리는 제대로 따르지 못했습니다

성자와 힘께 성부께로 나아가시며

성령으로 당신은 한결같이

길 위에서 헤매는 우리를

따뜻하게 끌어주시고 밀어주셨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하느님과 함께, 높지만 낮고 부드럽게

우리에게 다가서시던 당신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생명의 길을 일깨우셨습니다

아버지의 나라로 나아가야 한다고

한 손엔 종려나무 가지를,

다른 손엔 사랑의 등불을 드셨습니다

종려나무 잎새를 흔들어

어두운 길을 환하게 밝히시며

우람하게 저만큼 앞서 걸으셨습니다

우리는 어리석어 제대로 따르지 못했습니다.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그리스도를 따라

오로지 한 길을 걸으신 당신의

크고 부드러운 손, 낮게 임하시던 그 모습이

오늘은 더욱 거룩한 빛을 뿌립니다

우리의 눈과 귀는 어둡고

여전히 길을 잃은 채 헤매지만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시던

사랑과 평화, 당신이 꿈꾸시던 나라는

아득히, 그러나 가까이 눈부십니다

이제 아버지의 나라에 드신

당신 앞에서 무릎 꿇고 조아립니다

빛이 되신 당신을 우러러 우리는

이 변변찮은 기도를 올리고 있습니다

더욱 높이, 깊이 빛나소서

하느님 사랑 안에서 불쌍한 우리를

굽어보옵소서. 더욱 깊이, 높이 빛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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