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를 틀어보면 각종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난무한다. 트롯, 뮤지컬, 밴드, 힙합 등 너 나 할 것 없이 장르를 불문하고 유행처럼 번져나가기 시작한 것이 시즌을 거듭해가며 몇 년째 그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들을 보다 보면 '어떤 음악을 들려줄까' 또는 '어떤 참가자가 있나'로 시작하지만 끝은 항상 '누가 우승을 할까'로 귀결된다. 그리고 자연스레 일등을 제외한 참가자들은 서서히 잊혀져 간다.
사람들은 왜 줄을 세우고 승자와 패자가 반드시 갈리는 상황에 이토록 열광하는걸까. 그것도 그저 잠깐 머리를 식히려 보는 TV프로그램에서조차 이런 긴장감을 안고 봐야할까.
이미 프로보다 더 프로다운 참가자들의 실력을 보고 있노라면 우승이 누구인게 무슨 큰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더욱이 음악의 특성상 판단 기준이 스포츠처럼 시간 기록이나 눈에 보이는 것으로 증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오로지 그 찰나를 귀로 판단하고 개개인의 주관적인 감정이 크게 개입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과정과 결과가 꽤나 불합리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되었든 결과를 오롯이 받아들이는 참가자들의 모습을 보면 괜스레 마음이 짠해지기도 한다.
'과연 음악이 점수화되는 것이 옳은 일일까'하는 질문을 끊임없이 되뇌어본다. 이렇게 사회 모든 구조에서 경쟁과 "이겨라"만 외치는데 마음에 위안을 주는 역할을 하는 음악에서조차 그래야만 하는걸까?
꽤 오래 전, 한 개그맨이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조금 과격하게 들리는 말을 유행시킨 적이 있다. 그 당시엔 그저 그 개그맨이 나온 프로그램을 보며 우스꽝스러운 상황에 재치있게 말하는 모습을 웃어 넘겼지만, 사실 과열된 경쟁에 지치고 상처받은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한마디로 신랄하게 꼬집었던 유행어가 아니었나 싶다.
그 후로 십여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사회는 일등에 열광하고 일등만 기억하는 세상인 것엔 큰 변함이 없다. 심지어 이젠 TV의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에서조차 피말리는 경쟁구도와 함께 일등을 외치고 있으니 '일등만 기억하는' 승자독식의 구조는 더욱 심화되고 가속화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경쟁이 사회와 구조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다만 모두가 일등이 될 수 없는 것이 현실인 구조에서 뒤따라오는 사람들도 패자나 실패자가 아닌, 노력하는 자로서 그들의 수고와 성과도 기억하고 박수를 보낼 수 있는 성숙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바라건대 음악에서만큼은 일등만 기억하는 세상이 아닌, 모두가 함께 즐기고 향유할 수 있는 소통과 위안의 장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박소현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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