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후 경북 울진 온정면 백암온천 성류파크관광호텔 앞. 화창한 날씨인데도 관광지라는 명성은 온데간데 없이 휑하기까지 했다. 관광객은 거의 없고 마을 주민들과 인근 88번 국도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작업자들만 눈에 띄었다.
성류파크관광호텔 정병태 대표는 "백암온천 인기가 예전같지 않고,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겨우 맹맥만 유지하고 있다"고 씁쓸해했다. 객실 150개와 온천탕을 운영하는데 손님이 없어 주말과 휴일에만 객실을 가동하고 있다.
정 대표는 "매출이 90% 줄어 직원도 15명에서 5명만 남았다. 문을 닫고 싶지만 백암온천에 대한 애정 때문에 쉽지 않다. 다른 관광호텔 사정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전국 최고 수질을 자랑하는 경북 울진군 온정면 백암온천관광특구(이하 백암온천)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곳엔 관광호텔 6곳, 포스코·LG·농협 연수원 3곳, 콘도 1곳 등 모두 10곳의 온천시설이 있다.
관광호텔 2곳이 이미 영업을 중단했고, 2곳은 매각이 진행 중이다. 그나마 대기업 연수원은 직원들이 이용하고 있지만 예전에 비해 크게 줄었다. 포스코 연수원은 이용객이 2019년 2만4천여 명에서 지난해 6천200여 명으로 줄었고, 현재 부분 운영하고 있다.

온천시설 관광호텔에 손님들이 끊기면서 주변 상가 등도 사실상 영업을 거의 못하는 상황이다. 황태성 전 온정면 발전협의회장은 "말만 관광특구일뿐 아무런 실익이 없다. 정부와 지자체가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막히면서 제주도는 반사이익을 얻는데, 다른 관광특구는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다. 관광객들을 전국적으로 고르게 분산시키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암온천 인근 주민들은 88번 국도의 직선화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도로 상태로는 접근성이 떨어져 관광객을 유인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인근 평해읍, 후포면 주민들과 함께 지난 3월 88번 국도 직선화 촉구 대규모 집회를 열기도 했다. 주민들은 정부의 관광진흥기금 확대와 지목변경 허용, 울진군의 집중 지원도 바라고 있다.
일각에서는 백암온천의 볼거리 및 즐길거리 부재와 시설 노후화를 쇠락의 원인으로 보기도 한다. 업주들은 "구불구불한 도로 탓에 접근성이 떨어져 관광객이 다른 지역으로 빠져 나간다. 수익이 나지 않아 시설 투자 여력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황 전 회장은 "백암산 케이블카 설치나 백암온천 군유지에 수영장 건립 등 자구책을 모색해 보았지만 여러 제약 탓에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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