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3개월 앞둔 딸로부터 간 이식을 받은 아버지가 5월 딸의 결혼식을 앞두고 매일신문에 소회를 밝혔다.
주인공은 이광락 씨(㈜글로벌금오렌트카 대표)와 그의 큰딸 슬비 씨.
신부 아버지 이광락 씨는 최근 매일신문에 딸이 날짜까지 정한 결혼식 예식을 3개월 앞둔 올초 자신에게 먼저 간을 공여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광락 씨는 "결혼식이 몇 달 남지 않은 딸이 고집을 부려 부모로서 아무런 답을 할 수가 없었다"면서 "딸이 병원과 절차를 밟아 올해 2월 초 간 이식 수술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무사히 간 이식 수술을 받은 이광락 씨는 퇴원 후 부모님 산소부터 찾은 이유도 밝혔다. 그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내 딸이 효도한 만큼의 반이라도 효도할 기회를 주지 않은 부모님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그래도 부모님, 조상님, 가족들 모두에게 감사를 드린다"며 부모로서 딸에게서 얻은 고마운 감정을 표현했다.
수술 후 경과가 좋아 몸이 순조롭게 회복되고 있다는 이광락 씨는 5월 1일 장녀의 결혼식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하객들을 맞이할 계획이다.
※다음은 이광락 씨가 매일신문에 보내 온 편지 전문
5월의 신부가 되는 심청이 슬비에게
개나리꽃 피던 날 병아리처럼 아장아장 걷던 큰딸이 오월 첫날에 결혼을 한다.
서울 봉천동 단칸 신혼방에서 특히 밤에 분유를 많이 먹던 큰딸의 기저귀 가는 일을 잠 많은 엄마가 나에게 미루었던 추억도 떠오른다. 지금까지 말썽 한 번 피우지 않고 성인이 되어준 딸들에게 늘 고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대학 입학 때 전면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기쁨을 주더니 졸업 후에도 바로 취업을 하고, 나이가 차니까 듬직한 사내 한 명을 새 식구로 맞이하겠다고 한다.
큰딸 슬비는 알뜰하지만 대범한 면도 있어서 사회생활도 잘하고 사업가가 될 줄 알았다. 학업에 시달리고부터는 어릴 때보다 '아빠'를 부를 기회가 없었던 것 같았다. 작년 설날 무렵 결혼 얘기가 나오면서 부녀 간의 대화가 조금씩 늘었다.
갑자기 올 초 태어나서 두 번째 배운 말인 '아빠'를 연거푸 부르면서 진지하게 자기의 의견을 말했다. 아버지의 간이식 수술에 본인이 공여하기로 결심했다는 말에, 결혼식이 몇 달 남지 않은 딸의 고집에 차마 부모로서 아무런 답을 할 수가 없었다. 큰딸의 제안을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결혼식을 3개월 앞둔 딸이 아빠에게 간을 이식한다니….
나는 당장 급하지 않은 수술이어서 망설이고 있었지만, 대범하고 똑똑한 딸이 병원 측과 절차를 협의하여 2월 초 간이식 수술을 받게 되었다. 24시간 수술 후 마취에서 깨기도 전에 나는 나도 모르게 딸을 찾았다고 간호사가 전해 주었다. 큰딸이 보이지 않은 곳에 효도를 적립하였다가 필요할 때 한꺼번에 엄청난 양의 효도를 인출하여 주었다.
퇴원하는 날, 불편한 몸으로 부모님 산소부터 찾아갔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내 딸이 효도한 만큼의 반이라도 효도할 기회를 주지 않은 부모님이 원망스러웠다. 그래도 부모님, 조상님, 가족들 모두에게 감사를 드리고 있다. 수술 후 경과도 좋아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오월 첫날 큰딸 결혼식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하객을 맞이하고, 신랑·신부에게 행복한 날이 되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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