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심장, 학문의 광장, 지식의 보고'라는 아름다운 수식어를 쓸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은 바로 대학의 도서관이다. 대학도서관의 본질적 역할은 대학의 학문과 교육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도서관은 대학의 다른 기관 및 시설과는 달리 '교육기본시설'로 그 위상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
경북대학교 도서관 역시 학교가 1952년 종합대학으로 큰 획을 긋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대학의 뿌리로서 경북대학교의 유구한 역사를 지탱하고 있다. 우리 도서관은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야외박물관이라 자부하는 '월파원'을 품고 있는 현재의 박물관에서 8천 여 권의 장서로 소박하게 문을 열었다. 1982년 현재의 위치로 이전한 이후 지금은 소장 도서 350만 권, 연간 유동인구(코로나 전) 435만 명, 연간도서대출 36만권 정도로 성장하였다.
서가를 개방하지 않는 폐가제로 직원들이 대출신청서를 받아 직접 책을 찾아서 대출해 주던 것을 1995년부터 개가제로 변경하여 운영하였다. 또한 외환위기 이후 환율 급등으로 줄어든 외국 학술지 구독은 지역 대학들이 함께 논의하여 서로간의 중복을 피해 해결하기도 했다. 일찌감치 준비한 전산화로 1996년 도서관전산시스템(KUDOS)이 가동되었고, 학위논문을 시작으로 자료 디지털화 작업도 시작되었다. 외국학술지지원센터 사업에 선정되어 전 세계에서 발행되는 모든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분야의 저널을 구비하여 관련 분야에서 학교의 국제적 경쟁력을 드높이는 기초도 다졌다.
이제 우리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라는 대격변기의 한 가운데에 서 있다. 융합적 사고와 변혁적 활동이 겸비되지 않고서는 이러한 파고를 안전하게 넘지 못할 것이다. 다양한 학문들 간의 융합을 견인할 수 있는 대학 도서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자료의 보존이라는 고유의 기능을 넘어 정보의 적극적 활용과 개방적 통합을 통해 지식 창출의 공간으로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전자책과 오디오북 등 다양한 독서의 형태를 능동적으로 수용하는 한편, 자유롭고 실험적인 사고가 가능한 장치도 끊임없이 활용할 필요도 있다.
대학 도서관은 살아있다. 모두가 잠든 밤에만 깨어나던 영화 속 박물관의 유물과는 달리, 언제나 숨을 쉬고, 끊임없이 움직이며 성장한다. 그 속에는 퇴계 이황이 총명한 제자들과 성리학을 논하고, 스티븐 호킹이 고개를 들어 별을 보고 있다. 다양한 정보 속에서 새로운 생각이 잉태되고, 깨달음이 시작된다. 하지만 시공간을 뛰어 넘는 혁신과 창의적인 도전을 흡수할 수 있는 역량이 없다면 대학 도서관의 생명력을 높이는 것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우리 앞에는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굳이 전문자료를 살펴보지 않더라도 세계 유수 대학의 장서 수는 국내 대학과 비교되지 않는다. 학술정보 인프라나 직원 수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도서관을 보유하는 것이 곧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대학이 되는 길이다. 여전히 우리가 대학 도서관을 주목해야 할 이유이다. 도서관을 중심으로 학문적 도전을 적극 장려하는 한편, 수많은 지식과 정보를 잘 보전하고 활용하는 것, 그것이 지금 대학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홍원화 경북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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