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다시,사투리] 영어방송 사투리특집 대박..."외국인도 연예인도 당당하게 사용"

③사투리와 사람들-6. 영어방송에서 웬 사투리? 조윤진PD

부산영어방송의 조윤진 프로듀서는 사투리특집을 제작하면서 다른 지역사람들이 아닌 우리 스스로 사투리를 함부로 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부산영어방송의 조윤진 프로듀서는 사투리특집을 제작하면서 다른 지역사람들이 아닌 우리 스스로 사투리를 함부로 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3.사투리와 사람들

6. 영어방송에서 웬 사투리? 조윤진 PD

한국어 방송이 아닌 영어방송에서 지난해 말 사투리특집을 제작해 대박이 났다. 이를 연출한 조윤진 부산영어방송프로듀서는 10년 넘게 근무하면서 가장 많은 애청자들의 격려 전화와 댓글을 경험했다고 했다. 그녀 스스로도 이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사투리에 대한 생각이 바뀌게 되었고 사투리에 대한 문제점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고 했다. 영어방송에서 '사투리 특집'을 마련한 사연을 들어봤다.

-영어방송에서 사투리특집을 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 2019년 부산시에서 부산사투리를 문화유산으로 지정했습니다. 지정만 했을 뿐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었지요. 사투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사투리에 대한 점검을 제대로 한번 해보자는 뜻에서 제작한 것입니다. 한국어 방송도 아니고 영어라디오방송에서 사투리특집을 만들다보니 뜻하지 않게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제작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이었습니까?

▶사투리는 특별할 것도 딱히 새로울 것도 없는 아이템입니다. 그래서 더 다루기 힘든 주제이기도 하지요. 학문적으로 딱딱하게 접근하기보다는 쉽고 재미있게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으로 제작했습니다.

-특집내용을 보면 사투리 '사용권'이라는 용어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지역민들은 그곳의 언어인 사투리를 사용할 권리가 있고, 이 권리는 당당하게 지켜져야 하며 자랑스럽게 여겨져야 한다는 의미에서 붙인 것입니다. '사용권'이라는 단어가 애청자들에게 많은 의미를 던져준 듯합니다.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들이 있었나요

▶사투리 특집을 준비하면서 제 스스로 사투리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어요. 저는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학교를 다녔습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유학을 했고요. 서울에서 공부하면서 부산 출신임이 드러나지 않도록 사투리를 사용하지 않으려 노력했고 감추고 싶어했던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작을 하면서 오히려 당당하게 사투리를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큰 변화였지요. 내가 바뀌면 이를 듣는 애청자들도 바뀌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가져 보았습니다.

-사투리를 고쳐야 되는 대상으로 혹은 숨기고 싶은 대상으로 여기게 된 가장 큰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문제는 우리 내부에 있었습니다. 다른 지역 사람들은 부산 사투리에 대해 거부감이 적은데 비해, 우리 스스로 부끄럽게 생각하거나 감추고 싶은 말로 여기고 있었던 것입니다. 지역민들이 오히려 그들의 사투리를 함부로 대하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지요.

부산영어방송의 조윤진 프로듀서는 사투리특집을 제작하면서 다른 지역사람들이 아닌 우리 스스로 사투리를 함부로 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부산영어방송의 조윤진 프로듀서는 사투리특집을 제작하면서 다른 지역사람들이 아닌 우리 스스로 사투리를 함부로 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외국의 사투리를 다룬 부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코로나로 해외출장이 어려워 줌으로 영상취재를 했습니다. BBC의 방송인을 인터뷰했을 때 그곳에서도 다른 지역의 언어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미국인들은 굳이 사투리라고 표현하지 않고 '너의 말에는 액센트가 있다'라고 표현합니다. 우리도 사투리란 말 대신 '지역 언어'로 표현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투리에 대한 연구나 관심이 점점 적어지고 있습니다.

▶사투리에 대한 연구가 10년 전에는 활발했습니다. 그 이후 관심에서 멀어졌습니다. 꾸준히 연구를 하기 보다는 드라마나 영화등에서 인기를 끌면 반짝하다가 이게 사라지면 관심 또한 없어지고 말지요.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속적인 연구나 관심이 필요합니다.

-특집을 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었나요

▶사투리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변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투리가 AI의 영역으로 바뀌고 있고 사투리가 재미나 개성으로 여겨지고 있었습니다.

-예를들면 어떤 것입니까

▶연예인들 중에는 많은 이들이 사투리를 당당하게 사용합니다. 웃기려고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지요. 부산출신 래퍼 '쌈디'는 사투리를 거침없이 사용합니다. 사투리를 사용함으로써 자신을 굳이 감추려하지 않는 쿨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는 효과를 거두고 있지요. 자신만의 또 다른 개성으로 여기고 있을 정도입니다.

-지난해 말 방송되면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주로 어떤 반응이었나요

▶'지금까지 사투리에 대해 몰랐던 것을 알게 되었다' '사투리는 집 밥 같은 편안함을 준다' '꾸미지 않은 나의 말이었다'는 반응들이었습니다. 사투리를 다시 보게 된 계기가 됐다는 내용들도 많았지요.

-영어로도 이 프로그램을 다시 만들었습니다

▶올해 초 영어버젼으로 같은 내용을 제작했습니다. 외국인들도 재미있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외국인들이 사투리를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매일 방송합니다. 사투리를 외국인들이 쉽게 배울 수 있도록 만든 프로그램인데 인기가 높습니다.

-부산영어방송을 간단하게 소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부산시에서 출자해 만든 영어 라디오 방송입니다. 외국인들에게 영어로 부산생활의 정보를 제공하고 서비스하려는 목적으로 2009년 출발했지요. 처음에는 100% 영어로만 방송했는데 지금은 한국어를 혼용하면서 외국인들 뿐 아니라 부산시민들에게도 관심을 얻고 있습니다.

-피아노를 전공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했고 미국까지 가서 공부 했습니다. 방송은 어릴 때부터 좋아했지요. 초등학교 때 방송반 활동을 했으니 어릴적 꿈을 이룬 셈입니다. 미국에서 돌아온 후 방송 일을 하고 싶어 신문방송과 관련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 후 방송기자로 활동하다 부산영어방송이 개국하면서 이곳으로 옮겼지요.

-사투리 특집 2탄을 만들어볼 생각은 없습니까?

▶1시간 분량의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6개월 이상 준비하면서 사투리에 모든 애정을 쏟아 부었습니다. 이제는 다른 것을 해야지요(웃음), 그런데 교수님은 사투리 특집을 왜 하십니까?

글 사진 김순재 계명대산학인재원 교수 sjkimforce@naver.com

이 기사는 계명대학교와 교육부가 링크사업으로 지역사랑과 혁신을 위해 제작했습니다.

◆다시, 사투리 연재 순서

1.왜 다시, 사투리 인가

2.예술 속 사투리

3.사투리와 사람들

4.외국의 사투리 보존과 현황

5.대담

◆사투리 연재 자문단

김주영 소설가

안도현 시인

이상규 전 국립국어원장

김동욱 계명대학교 교수

백가흠 계명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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