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 대통령, 스스로 방미 성과 매우 높게 평가

백신 확보는 일정 부분 성과 본 듯…백신 스와프 불발은 아쉬워
한미 미사일 협정 개정해 주권국가 위상 회복한 것도 성과
바이든의 대북 정책은 종전 톱다운 방식 아닌 신중 모드로 갈 듯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소인수 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소인수 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미국 방문을 마치고 23일 돌아온 문재인 대통령은 두 손 가득 귀국 선물을 잔뜩 들고 왔다는 취지의 자평을 내놨다. "최고의 순방이었고, 최고의 회담이었다"며 높은 점수를 매긴 것이다.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됐던 코로나19 백신 확보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얻었고, 가시적 경제협력 방안에도 합의하는 등 단순한 군사동맹을 넘어 '포괄적 동맹' 역할을 해왔던 한미동맹의 위상을 재확인하는 계기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문 대통령은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국민들 사이에 잔뜩 기대감이 실렸던 '한미 백신 스와프'(미국에서 여분의 백신을 공급받은 뒤 나중에 갚는 것)가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논의되지 않는 등 동맹 관계에서 향후 풀어나가야 할 과제물은 여전히 켜켜이 쌓여있다.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한국전쟁 명예 훈장 수여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한국전쟁 명예 훈장 수여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신 협력 성과 있었다

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포괄적 백신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데 합의한 것은 물론, 바이든 대통령이 국군 55만명에 대한 백신 직접지원을 약속한 것은 큰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사와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하는 등 민간분야 진전도 있었다. 청와대와 정부는 이번 방미 성과를 바탕으로 문 대통령의 '백신 허브' 구상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한미 백신 스와프'가 이번 순방에서 거론되지 않았다는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우리나라는 1억9천200만 회분(9천900만 명분)의 백신을 계약한 상황이지만, 공급 시기가 주로 하반기에 몰린 탓에 5~6월이 '보릿고개'라는 말이 나왔으며, 그 타개책 중 하나로 미국에서 여분의 백신을 공급받은 뒤 나중에 갚는 백신 스와프를 추진해 왔다.

백신 스와프 불발에 대해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한국만 특별히 지원한다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는 게 미측의 설명이었다"고 22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정 장관은 미국과 백신 스와프 논의가 없었느냐는 질문에 "논의라기보다는 미측의 입장은 우선 미국도 자체 물량이 그렇게 충분하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함께 참석한 공동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함께 참석한 공동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포괄적 한미동맹 복원

이번 순방에서 두 나라는 반도체·배터리 등 핵심 산업에 대한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국 반도체·배터리 기업들도 이에 발맞춰 모두 44조원 규모에 이르는 통 큰 대미 투자를 발표했다.

아울러 5G·6G 기술이나 우주산업 등 첨단과학 분야에 있어서도 협력을 강화했고, 특히 원전 협력을 강화하면서 제3국 공동 진출도 모색하기로 했다.

한미 미사일 지침 해제도 큰 성과로 꼽힌다. 박정희 정부 말기인 1979년 10월 제정된 미사일 지침은 미국의 미사일 기술 이전 대가로 우리나라가 개발하는 미사일의 사거리와 탄두 중량을 제한해 왔다.

이번 지침 해제로 인해 사정거리 800㎞ 제한까지 사라지면서 중·장거리 미사일은 물론 우주로켓 기술을 자유롭게 개발할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렸다. 무엇보다 42년 만에 주권 국가로서의 권리를 회복한 것은 물론, 우주로켓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문 대통령은 이번 방미 기간 중 알링턴 국립묘지 헌화, 한국전 참전용사 명예훈장 수여식 참석 등 혈맹의 모습을 부각하는 데 힘을 쏟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픽] 한미 백신 협력 주요 내용 (서울=연합뉴스) 김토일 기자 = 한미 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한국내 위탁생산과 함께 연구 협력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한국의 \
[그래픽] 한미 백신 협력 주요 내용 (서울=연합뉴스) 김토일 기자 = 한미 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한국내 위탁생산과 함께 연구 협력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한국의 \'백신생산 허브\' 도약을 위한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kmtoil@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끝)

◆미국의 대북정책은 변화 불가피

한미공동성명에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기초한 대화가 필수적'이라고 명시된 데다 바이든 대통령이 성 김 대북정책특별대표까지 임명, 문재인 정부 들어 다져온 대화 국면은 일단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을 청와대는 하고 있다.

그러나 북미협상의 가장 큰 난관인 대북 제재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 해법이 나오지 않은데다 바이든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에 대해 "(북핵 문제에 대한) 정확한 조건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 트럼프 행정부 시절 '톱다운' 방식은 일단 지속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공동성명에 북한 인권 문제가 거론된 것도 북한을 대하는 미국의 태도가 트럼프 행정부 때와는 달리 '원칙론'에 입각할 것임을 나타냈다.

이런 가운데 미중 갈등 국면에서 명확히 미국 쪽에 서지 않으면서 '줄타기'라는 지적을 받아왔던 우리 정부가 이번 문 대통령의 방미를 기점으로 미국으로 기우는 듯한 모습을 명확히 보였다는 점은 주목된다.

이번 방미 과정에서 나온 한미 공동성명에는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중국 관영매체 등에서 '내정간섭'이라는 반발이 나올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 다뤄졌다. '쿼드'를 두고 "지역 다자주의의 중요성을 인식한다"고 표현한 것도 우리 정부가 미국 쪽으로 한발 다가선 대목으로 읽힌다.

[그래픽] 한미 정상회담 주요 내용 (서울=연합뉴스) 김토일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첫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공동의 약속과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다뤄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강조했다 kmtoil@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끝)
[그래픽] 한미 정상회담 주요 내용 (서울=연합뉴스) 김토일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첫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공동의 약속과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다뤄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강조했다 kmtoil@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끝)

한편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방미 성과에 대해 "매우 성공적"이라며 높은 점수를 줬고, 제1야당 국민의힘은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22일 논평을 내고 백신과 미사일 분야 성과를 평가하면서도 아쉬움은 남는다고 밝혔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포괄적인 백신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한국군에 대한 백신 지원합의를 끌어낸 점에 후한 점수를 매기면서 "한미 정상의 발표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특히 백신 수급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미흡한 점 등을 짚으면서 "국민의 불안을 달랠 수 있을지 여전히 걱정으로 남는다"며 정부에 조속한 후속 조치를 촉구했다.

홍준표 기자·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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