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돗물 공급을 위한 취수원을 구미 낙동강으로부터 끌어오려는 시도가 미약하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 취수원이 있는 구미 해평면에서 '상생 주민협의회'를 구성했고, 전제 조건이 받아들여지면 대구와 취수원을 공동 활용할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 협의회가 해평 주민 전체를 대표하는 기구는 아니지만 그동안 강경하게 반대하던 입장에서 물러나 유연성을 보인 것은 의미가 있다.
대구 취수원 문제의 발단은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91년 구미 국가산업단지 내 두산전자에서 유출된 페놀 원액 30t이 낙동강을 타고 대구취수장으로 흘러들었다. 당시 '페놀 사태'로 대구 시민들에게 수돗물은 공포 그 자체였다. 시민들의 식수 오염에 대한 불안이 커지자, 대구시는 구미산단 위쪽 낙동강 물로 취수원을 이전하겠다는 뜻을 발표했다. 이후로도 2010년 구미산단에서 암을 유발하는 1, 4-다이옥신이 유출됐고, 2018년엔 대구 수돗물에서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되기도 했다.
구미로서는 낙동강 수계로의 오염원 유출로 면목이 없지만 졸지에 물을 뺏기게 되는 상황에 처했다. 특히 광역취수장이 생김으로써 발생하는 불이익을 고스란히 떠안을 판이었다. 취수장 인근 주민들의 반발은 당연한 것이었다. 이렇게 대구 취수원 문제를 놓고 두 도시의 입장 차는 10년 이상 평행선을 좁히지 못했다.
구미 시민들은 오랫동안 갈등의 시간을 보낸 것이 대구시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대구시는 2006년부터 3차례에 걸쳐 정부에 취수원 이전을 건의했다. 대구가 필요한 하루 43만t을 해평취수장에서 전량 취수하는 '이전 방식'을 고수했다. 구미시와는 협의조차 없었다고 한다. 대신에 정치권을 동원하고 중앙정부에 갈등을 조정해 달라고 졸랐다. 낙동강 물이 구미만의 것이 아닌데 더 이상 몽니를 부리지 말라는 정서적 압박도 가했다. 이렇듯 힘으로 해결하려는 안이한 접근은 구미의 반발만 더할 뿐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대구시는 과거 14년 동안 추진한 취수원 이전을 포기하고 해평취수장을 '공동 이용'하겠다고 정책을 수정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여유분의 물을 대구에 배려해 달라"면서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인 구미 취수원 주민들에게 합당한 보상을 하겠다"고 몸을 낮췄다.
사실 취수원과 관련한 대구와 구미의 갈등은 정치적 측면에서도 이해가 얽혀 해법 도출이 어려웠다. 대구 입장에선 성사가 된다면 단체장의 엄청난 치적이 될 것이고, 구미로서는 시민 반대를 거스를 수 없었다. 앞선 구미시장들이 미온적인 자세를 취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 깔려 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장세용 구미시장은 정치적인 부담이 있어도 문제 해결을 피하지 않으려 한다. 그는 자신의 임기 내에 취수원 문제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소명 의식을 품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시 대구시장에게 공이 넘어왔다. 취수원 공동 이용이 절박한 만큼 진정성 있게 다가서야 한다. 그저 구미시의 대승적 결단만 촉구하는 여론전이 능사가 아니다.
권 시장은 통합신공항 막바지에 거의 매일 군위군을 찾아 설득한 것과 달리 구미에 발길을 준 적이 없다. 며칠이라도 구미시청에 머물면서 이미 제시한 보상책 외에도 어려운 구미 경제를 도울 수 있는 방안을 진심으로 찾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또 취수원 주민들의 불안과 우려를 직접 듣고, 상수원보호구역이 확대되지 않도록 정치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서로 역지사지의 자세로 대구와 구미가 상생하는 아름다운 결실이 맺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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